도서정가제 의무화에 인터넷업계.네티즌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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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가 간행물의 유통질서 확립을 내세워 간행물 할인 판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입법예고 하자 인터넷 및 인터넷 서점업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 최근 온라인 서점의 판매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기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저렴한 값으로 도서와 음반 등을 구입하고 있는 네티즌들도 이 법안 제정에 반대의사를 밝힌 데 이어 관련부처도 반대를 표명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24일 문화관광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관광부는 지난 9일 출판의 자유를 신장하고 21세기 지식정보화사회에 대비해 출판(서점) 및 인쇄문화를 지식산업의 중심매체로 키우며 콘텐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제정안에는 간행물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간행물의 적정한 정가책정과 표시는 물론 정가판매를 의무화하고 정가보다 할인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인터넷 및 인터넷 서점업체들은 정부가 시장질서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자유경제체제는 물론 정보화시대에서 역행하고 특히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업체는 이 법제정이 정보화시대에 역행하여 네티즌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중 오프라인에 비해 할인판매를 하는 인터넷 서점을 멸종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도 당시 국민회의 길승흠의원 외 27명의 발의로 도서정가제 유지에 관한 법률안이 마련돼 할인판매시 2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려 했으나 발의 1주일만에 네티즌들의 심한 반발에 부딛혀 법제정이 좌절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와 유사한 법률을 제정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인터넷서점 1위업체인 YES24가 지난 22일 이 법안에 대해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긴급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가자 1만1천144명 가운데 97.7%가 압도적인 반대의사를 보였다. 또 문화관광부 홈페이지(http://www.mct.go.kr)내 인터넷도우미 `나도 한마디''란에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번 법안 제정에 반대하고 관계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대거 올리는 등 조직적인 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할인판매를 금지시키려는 이번 법안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내에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앞으로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시장에 개입해 정가를 고수하려는 것은 말도 안되며 전자상거래 시장을 규제하려는 법안 제정은 정보화에도 역행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YES24 이강인 사장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이 법이 통과되면 국내 모든 인터넷 서점은 범법자가 된다"면서 "지난번 의원입법에서 실패해 상당한 문제가 있는데도 인터넷서점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뜨거운 감자''에 손을 왜 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문화관광부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도서 정가제는 과거부터 출판계에서 요구해 왔던 사안"이라면서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 최종 법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법안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며 네티즌들의 반대의견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시인하면서 "국민들이 반대하면 변경여지는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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