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다카하시 목숨건 지옥훈련

중앙일보

입력

일본 여자 육상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다카하시 나오코(高橋尙子.28)의 마라톤 우승은 목숨을 건 상식밖의 지옥 훈련과 '고이데 마술'로 불리는 감독의 집념의 지도가 일궈낸 쾌거였다.

고교, 대학 시절 평범한 선수였던 다카하시의 오늘을 있게 한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던 아리모리 유코(有森裕子)와 97년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한 스즈키 히로미(鈴木博美)를 배출한 바로 고이데 요시오(小出義雄.61) 감독.

두사람은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7월 미국 로키 산맥에서 고지 훈련에 들어갔다. 식물도 거의 자라지 않는 고도 3천500m에서 2주일간 매일 24㎞의 오르막길을 달리는 상식을 완전히 깬 지옥 훈련이었다.

고이데 감독은 지나친 고도 훈련은 선수의 생명을 위협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세계 제 1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이 다 하는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이 훈련으로 감독 자신도 76㎏이던 체중이 60㎏로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 하나에 생명을 건 훈련이었다.

시드니 현지 적응 훈련에서도 35㎞ 지점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32㎞ 지점 부근에 극비 훈련 캠프를 차려놓고 오르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32-37㎞ 구간에서 매일 두차례씩 스퍼트 훈련을 반복했다.

훈련 결과는 이번 마라톤 코스의 35㎞ 지점에서 빛을 발했다. 감독과의 작전대로 이 지점에 이르자 다카하시는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속도를 내기 시작, 루마니아의 리디아 시몬을 따돌리고 독주, 우승을 거머 쥐었다.

고교 교사에서 마라톤 지도자로 변신한 지 12년. "달리는 것이 그저 좋은 연습벌레" 다카하시를 통해 세계 제1의 선수를 길러 내겠다는 자신의 꿈을 비로소 이룬 순간이었다.

고이데 감독의 지도 철학은 "틀을 고집하지 않고 각 선수의 특성과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 과학적인 데이터에도 별로 의존하지 않는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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