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이·공길이·추노 … 이야깃거리 1만 건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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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은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단 몇 줄의 기록으로 탄생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일기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중앙포토]

‘1592년 음력 5월 12일 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데 빈궁(광해군의 비)이 해산을 했다. 광해군이 생산한 첫 자식이다.’

 공식 기록에는 나오지 않는 이 아이의 탄생은 임진왜란 당시 내의원 제조로 광해군의 피난길에 함께 나섰던 정탁(鄭琢·1526~1605)의 일기 『피난행록』에 언급돼 있다. 역사 속 한 줄 기록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어 내는 작가에게 광해군의 잊혀진 자식은 매력적인 소재일터. ‘한류(韓流)’의 신호탄이었던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은 『조선왕조실록』의 한 줄에서 비롯됐다.

 작가의 상상력에 힘을 보태고 한류의 마르지 않는 발원지가 될 이야기 보따리가 풀렸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올 초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스토리 테마파크(http://story.ugyo.net)’다.

 ‘스토리 테마파크’는 원석으로 가득 찬 이야기 보물창고다. 조선시대 일기 자료를 가공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눈 밝은 작가와 콘텐트 제작자가 이를 어떻게 직조하느냐에 따라 풍부한 스토리로 가득한 작품이 탄생할 초석이 놓인 셈이다. 진흥원 측은 이야기 선별 작업을 돕기 위해 일자별로 정리된 일기를 사건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일기에 사용된 용어에 대한 해설도 덧붙였다. 등장 인물의 신상 정보와 관계도도 찾아볼 수 있게 꾸렸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멀티미디어 자료다. 당시의 건축물이나 복식, 소품 등은 3D로 제작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일기 내용 중 서원이 등장하면 당시 건축 양식에 맞는 서원의 사진을, 가마가 등장하면 가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작가가 이야기 속 장면이나 동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사이트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600건. 올해도 600건 가량의 이야기가 추가된다. 1만여 개 이상의 다양한 이야기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원문 대조 서비스도 조만간 제공할 예정이다.

 이상호 디지털국학실장은 “다른 공간과 시간을 검색할 수 있는 1만여 개의 이야기가 제공된다면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1만여 건 이상의 인물 정보를 수록한 유교넷과 『조선왕조실록』과 연계 작업도 진행해 조선시대의 삶을 생생하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야기 자료도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말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자료는 34만 점. 옥석을 가려 멋진 이야기들을 뽑아낸다면 한국판 ‘해리포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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