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 레드그레이브, 5회 연속 금메달

중앙일보

입력

`그늘속의 영웅' 스티브 레드그레이브(38.영국)가 올림픽 조정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이어 88년 서울올림픽,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조정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레드그레이브는 23일 열린 남자 무타포어 결승에서 우승, 올림픽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레드그레이브를 비롯해 매튜 핀센트, 팀 포스터, 제임스 크랙넬 등 영국 무타포어팀은 7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팀 이탈리아를 2위로 밀어내 감격의 설욕전을 펼친데다 핀센트 역시 92년, 96년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가 돼 겹경사를 누렸다.

3위는 개최국 호주팀.

레드그레이브는 결승점에 1위로 골인하자 92년과 96년 무타페어 우승 파트너였던 핀센트 등 동료를 끌어안았다.

레드그레이브는 "지난 4년간은 너무나 힘들었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했던 것을 마침내 해냈다"고 말했다.

이로써 레드그레이브는 헝가리의 펜싱영웅 알라다 게레비치가 1932년과 60년 사이에 기록한 6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는 못미치나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조정에서 레드그레이브가 이룬 5회 연속 금메달은 오히려 게레비치를 능가한다는 평가다.

레드그레이브는 16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는 점 뿐 아니라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당뇨병을 이겨내 시드니올림픽이 낳은 대표적 인간승리의 사례로 꼽히게 됐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무타페어에서 우승한 뒤 당뇨병으로 매일 5~6회씩 인슐린을 주사해야 했을 때 사람들은 `레드그레이브는 끝났다'고 입을 모았지만 97~99년까지 세계선수권 무타포어 3연패를 일궈내더니 거짓말처럼 올림픽무대에 다시 섰다.

레드그레이브는 지난 7월 스위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놓쳤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이탈리아, 미국, 호주 등의 강호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5회 연속 금메달 달성이 다소 비관적이었지만 무서운 집념을 발휘, 모든 장애물을 걷어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영원한 조정인'으로 남게 된 레드그레이브는 올림픽이 낳은 '철인'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