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휴대폰 대리점, 창업 성공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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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속에서 곱게 자란 대기업 출신, 40대, 특별한 기술 없음….’

 창업자로서 소위 ‘망할 조건’은 두루 갖췄다. 하지만 레드오션이라는 휴대전화 대리점 사업에 뛰어들어 창업 13년 만에 11개의 매장에서 한 해 4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가 있다. 오주덕(47·사진)씨 이야기다.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한 그는 1999년 경북 포항시 상도동에서 49.5㎡(15평)짜리 휴대전화 대리점을 시작했다. 퇴직금에 아파트를 담보로 돈까지 빌렸다. 승부를 건 사업이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손해를 보는 달들이 반년가량 이어졌다. 스트레스로 건강마저 악화됐다. 결국 사업 포기 여부를 결정하는 가족회의를 열게 됐다. 결론은 “계속해보자. 단, 지금까지와는 다르게”였다.

 이후 그는 박리다매 전략을 폈다. 포항만 해도 100개가 넘는 휴대전화 대리점이 있는 상황이어서 가격을 무기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본사에 내는 수수료(매출의 6%)를 제외한 마진은 최소화했다.

지인들에게는 개통을 권유하기는커녕 아예 창업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오씨는 “아는 사람부터 영업을 시작하면 처음에야 편하겠지만 결국은 한계에 부닥치지 않겠나”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신문광고에는 과감히 투자해 자신을 알렸다. 차츰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살 수 있는 곳’이란 소문이 번지며 손님들이 찾아왔다. 스스로 허드렛일도 꺼리지 않았다. 매출 45억원을 올리는 ‘사장님’이 된 지금도 매장 청소부터 고객상담까지 일반 직원과 똑같이 일한다. 출근은 오전 9시, 퇴근은 오후 9시다. 오씨는 “명절을 제외하면 쉰 날은 손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에 그의 대리점은 총 3만2000여 명의 휴대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게 됐다. 포항시 인구(52만1900여 명) 중 6.2%가 그의 매장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셈이다.

 오씨는 이에 더해 ‘직원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을 성공 비결의 하나로 꼽았다. 그는 “직원이 떠나는 것은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매장 터 보는 법부터 시작해 고객 응대와 관리 등 직원들이 언젠가 자신의 매장을 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르친다는 기분으로 사업을 꾸리다 보니 이직률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여기서 잘 배워 나가면 나도 휴대전화 대리점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배울 때까지 떠나지 않고 눌러앉는다는 소리다.

 오씨는 지난해 직원 처우를 더 강화했다. 4월 SK텔레콤이 통신업계 최초로 시행한 ‘상생복지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대리점주와 SK텔레콤 본사가 힘을 합해 매장 직원들에게 건강검진과 학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경기 침체로 고통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겐 이런 조언을 던졌다. “무작정 가게를 차리고 ‘왜 손님이 없을까’ 고민하는 걸로는 성공하기 힘들다. 순익에 집착하기보다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와 상품을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오주덕씨 창업 성공 5계명

① 지인에 기댄 영업은 최소화

② 영업마진 줄여 기존 점포와 경쟁

③ 종업원들에게 창업 등 비전 제시

④ 점포 크기는 주변 상황에 맞춰

⑤ 신규 가입자 확보보다 기존 가입자 불편 해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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