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어린 실습생 혹사해 얼마나 벌겠다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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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12월 산업체 현장실습 중이던 고교생(18)이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위법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용노동부가 특별 근로감독을 한 결과 임금체불, 근로시간 위반, 연소자 미인가 야간·휴일 근무 등 노동 관련 거의 모든 분야에서 82건의 위반 사항이 나왔다.

 특히 고교생 실습생 138명에게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을 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운데 78명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야간·휴일 근로를 시킬 수 있는 18세 미만 연소자임에도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일부 수당과 상여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니 실습을 구실로 고교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기아차 광주공장같이 사회적 책임이 큰 대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데 더욱 충격이다.

 직장을 구해야 하는 실습생들은 현장실습이 취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사업장 측이 다소 무리한 지시를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약자다. 실습 중이던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모두 이런 상황에 쉬쉬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선 실습생들이 일하는 사업장의 근로 감독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이들을 노동현장에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취업이 절실한 상황을 악용해 연소자들에게 탈법적으로 일을 시키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국회는 새로운 입법을 포함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과 산업이 순기능적으로 연결되는 모범적인 산학 협력 모델을 만들도록 노사와 산업계·학교·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