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경제 어렵다" 한마디에 대책마련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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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 는 김대중 대통령의 한마디에 정부가 분주하다.

과천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19일 오전부터 민주당과의 당정회의에 이어 청와대 국무회의를 준비하며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金대통령의 '위기극복' 선언 이후 경제부처의 행동반경이 매우 좁혀져 있던 점에 비추면 19일의 대통령 발언이 오히려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다.

◇ 정부.여당의 고민=이날 당정회의에서는 국제유가 폭등.반도체 가격 하락.대우차 매각 차질 등 3대 악재가 외생적(外生的)이어서 대처에 한계가 있지만 금융.기업.공공부문 등의 구조조정 지연은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대로 끌려가다 보면 내년 경제 운용이 몹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도 있었다.

이해찬(李海瓚)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관련법을 빨리 통과시켜야겠다" 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고유가시대에 대비한 정책 마련을 서두르는 한편 대우차 해결, 구조조정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한 일정 제시 등의 대책에도 합의했다.

시장이나 기업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기업조사권이나 계좌추적권 활용에 신중을 기한다는 합의도 전해졌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법률적 토대인 각종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돌파구를 뚫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정부.민주당의 고민이다. 여권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경제 불안의 양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 비상 경제계획 마련=정부는 일단 유가가 최악의 시나리오(배럴당 35달러)까지 오르면 경제정책 기조를 바꿔 성장률을 5~6%선으로 낮추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정부 계획대로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 이라며 "상황이 어려워지면 국제수지 방어에 초점을 맞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SK증권 오상훈 리서치팀장은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수입 수요를 줄이고 원화 절하를 어느 정도 용인해 수출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며 "그 경우 성장과 물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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