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에 시장엔 냉기만…서울 뉴타운 해제 후폭풍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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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희ㆍ강병철ㆍ권영은 기자] 31일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인근의 A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아현3뉴타운과는 달리 아현2뉴타운이 어떻게 될지를 불안해하는 조합원들과 투자자들의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뉴타운ㆍ재개발 지역 610곳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발표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부동산 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희소 가치 높은 정비사업장에서도 가격 하락

사업 백지화가 가능해지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지역에서도 지분 값이 하락하고 있다.

북아현뉴타운의 소형 지분(33㎡ 미만) 값은 2500만원 선으로, 시세보다 500만원 저렴한 물건도 사겠다고 나서는 매수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남3구역의 33㎡ 이하 소형지분은 올해 들어 3.3㎡당 500만~600만원 가량 더 낮아졌다.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마구잡이로 수주했던 물량들이 많은 데다, 사업이 취소되면 조합설립추진위원회나 조합 측에 빌려준 대여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장은 “사업을 놓고 옥석을 가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익성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추진 과정에서 벌어졌던 주민들 간 반목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년 전 한남뉴타운에 투자했다는 회사원 장민영(32)씨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뉴타운 갈등이 서울시 여론조사와 해제 과정에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 서울시 발표에 따라 아직 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총 317곳의 뉴타운ㆍ재개발 지역 상당수가 연내 지정 해제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중 규모가 큰 뉴타운 지정 지역은 72곳에 달한다. 영등포에만 전체 30%인 22개 구역이 몰려 있다. 종로구(16곳), 은평구(6곳)도 많다.

문승국 서울시 제2부시장은 “이들 317곳에 대해서는 주민 반대가 심할 경우 실태 조사 없이 바로 해제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이런 곳이 제법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뉴타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지금까지 조사가 끝난 지역의 45%가 사업을 취소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서울시 조치로 경기도 뉴타운 사업도 더욱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뉴타운ㆍ재개발에 적용하기로 한 일몰제에 따라 사업 추진이 부진해 해제 위기에 몰린 정비구역도 133곳에 달한다고 부동산서브는 분석했다.

매몰비용 두고 엇갈리는 서울시 vs 국토부

추진주체가 있는 298곳에 대한 구역 지정 해제가 본격화되면 조합이나 추진위가 사용한 수 천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 보상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추진위가 사용한 비용 보상은 법적 근거 있지만, 조합 설립이 진행된 경우는 보상 규정이 없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조합이 진 빚은 대개 조합 임원들이 연대보증을 선 경우가 많아 (보상이 없다면) 저항이 거셀 것”이라면서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일부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사업인 재개발ㆍ재건축이 중단됐다고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 원칙이 깨진다면 다른 유형의 민간 개발사업에도 지원요구가 쏟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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