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소아비만 아동을 둔 엄마들의 3가지 착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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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소아비만은 전세계적으로 소아에게 가장 흔한 영양 장애로서 증가하는 속도로 보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많은 칼럼에서 소아비만은 성인 시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소아비만아동을 둔 엄마들이 오해하는 사실이 있다.

첫째, 한참 자랄 때인데 다이어트 하면 키 크기에 문제가 있지 않나요?

엄마들이 소아비만을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이다.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는 매우 구시대적인 관념이다. 최근의 다이어트 철학은 대부분은 3시 3끼를 꼬박꼬박 챙겨먹을 것을 강조한다. 그것도 정시에 정량을 먹어야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계속해나갈 수 있다.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는 바른 체중감량법이 아님을 명심하라. 비만은 성장의 최대 적이다. 소아비만 때문에 생긴 아이의 뱃살은 아이가 섭취한 칼슘과 각종 비타민, 미네랄 같은 소중한 영양분을 빼앗는 약탈자라고 할 수 있다. 키 성장에 있어서 10-12살 전후까지는 비만한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 없이 자랄지 모르나, 이후에는 비만과 뱃살이 아이의 성장을 지독히 방해한다. 그래서 비만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10cm 이상 평균 신장이 작다.

둘째, 지금 살은 다 키로 가지 않을까요?

아이의 살은 절대 키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키로 가야 할 중요한 영양분을 빼앗아 성장을 지독스레 방해한다. 대부분의 소아비만 아동들은 지금은 또래보다 클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작아진다. 특히 여아들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초과된 체지방이 성호르몬처럼 작용해 성장판을 조기에 닫히게 만들어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을 줄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의 키가 자라기 위해서는 뼈를 형성하는데 꼭 필요한 칼슘, 비타민D, 비타민K 등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섭취를 충분하게 해야 한다. 비만한 아이들은 대개 이런 영양소들이 든 음식들을 꺼리는데다가, 설사 충분히 먹는다고 해도 비만이나 나쁜 식습관 탓에 칼슘이 뼈로 가지 못하고 소실되거나 배출되고 만다. 가령 비만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각종 음료수에 든 인산은 칼슘 섭취를 심각하게 방해한다. 또 동물성단백질의 과잉섭취도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 또 칼슘이 뼈로 잘 흡수되게 하려면 비타민D가 필수적인데, 버섯과 같은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은 비만 어린이들이 대개 싫어한다. 또 비만 어린이들은 무거운 몸 때문에 대개 운동을 꺼리는데 이 역시 칼슘이 뼈로 가는 일을 방해하는 요소이다. 적절한 운동으로 성장판을 적절히 자극해야 키가 잘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만은 키 성장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 다양한 원인들을 제공하는 성장의 최대 적인 것이다.

셋째, 뚱뚱해도 아이가 별로 힘들어 하진 않는 것 같아요?

비만 어린이들은 대개 심리적, 육체적으로 각종 어려움을 겪는다. 우울감, 과잉행동, 산만함, 집중력 저하, 급한 감정 기복과 같은 정서적, 정신적 측면뿐만 아니라, 만성피로, 체력 저하, 면역력 저하, 각종 소아성인병 발현 등 각종 신체적 문제를 동반하는 것이 바로 소아비만이다.

만약 내 아이가 생활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점이나 어려움을 어른들에 숨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먼저 문제의식을 갖고 냉철하게 관찰하기 전에는 아이의 문제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는 아마도 비만한 자신의 몸과 적은 에너지에 걸맞은 생활에 안주할 것이다. 즉 자기의 에너지 안에서 생활의 폭을 정해버리는 것이다. 더 소극적인 신체활동, 더 소극적인 학습활동, 교우관계 등 분명 정상 아동에 못 미치는 활동의 한계와 폭이 존재할 것이다.

소아비만아동을 둔 엄마들이 이러한 잘못된 오해 속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 아이들이 소아비만이라는 덫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서구선진국이나 일본에서는 식육(食育)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굳이 풀어 쓰자면 식사교육인데, 수학이나 영어 등의 지식교육 못지 않게 먹거리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엄마들이 냉철한 인식을 가지고 의지를 다 잡을 때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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