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외이사제 정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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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사임한 송자 교육부장관의 자격시비 중에는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삼성전자에서 돈을 빌려 실권주를 인수한 뒤 되팔아 16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 있다.

또한 宋전장관은 삼성전자의 주거래은행인 옛 한일은행의 사외이사도 겸직했던 것으로 드러나 유가증권 상장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 선임때 총수 입김 막아야

한편 최근에는 현직 장관의 사외이사 인사청탁 등으로 현행 사외이사제의 운영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맞춰 재경부장관이 사외이사의 직무수행기준을 마련하고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등 사외이사제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제는 대주주 오너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만 이사회를 구성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내부감시이므로 대주주나 오너와의 관계는 자칫 대립적이거나 불편한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회사측은 여러 이유로 사외이사에게 회사의 중요사항을 알려주지도 않고, 또 자료도 이사회 직전에 제공하는 등 사실상 사외이사를 견제하거나 소외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와 반대로 사외이사들의 견제나 감시역할을 둔화시키기 위해 각종 특혜성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심지어 뇌물성 특혜를 제공하는 사례도 많다.

대주주 오너와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액의 보수를 특혜형식으로 받았을 때 어떻게 독립적으로 경영감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식으로 사외이사제가 왜곡된다면 기업의 투명성 확보나 부실경영을 막을 제도적 장치로서 사외이사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사외이사의 추천.선정과정에서부터 대주주오너와 친분이 있거나 과거 신세를 진 인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앞으로는 대주주 오너가 아닌 이사회가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감시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내부경영자, 특히 대주주에 의한 기업가치 유출을 방지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

사외이사제의 긍정적인 면은 경영자 견제기능 및 이사회의 권한강화로 기업통치권을 분산시키는 데 있다.

인사권 및 정보력을 이용해 독단적인 기업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 및 사내이사인 임원들과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사외이사의 권한을 분리해 견제와 균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와 같은 소유자 경영 제도하에서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것인가에 있다.

총수에 의해 지배되는 현행 재벌기업의 경영방식이 그대로 존속하는 속에서 사외이사 몇명을 선임했다고 총수의 의사결정이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총수가 직.간접으로 임명하는 사외이사는 무의미하다.

또한 사외이사가 주식소유 등으로 기업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로 되지 않는 이상 경영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유인도 없으며 사외이사들은 기업내부에 관한 정보가 제한돼 있어 경영감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경영감시를 할 수 있는 사외이사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사주.주거래은행 및 기관투자가의 대표나 추천인사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참가함으로써 기존의 외부이사가 갖는 감독유인 문제나 정보비대칭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또한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의무화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소액주주들도 자기들이 원하는 사외이사를 뽑을 수 있도록, 상법에는 있지만 유명무실한 집중투표제를 실질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 정당한 인센티브 제공을

한편 이사회를 행동하는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

계약상의 수탁자인 이사의 비리나 태만 때문에 위탁자인 주주가 경제적 손해를 보았을 때 그 배상을 경영자와 더불어 개인 이사들에게도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다.

소액주주의 단합을 용이하게 하고 회사장부열람권을 강화하며 주주대표소송 내지 집단소송의 경제적 및 경제외적 비용을 줄여주면 경영자나 이사는 소송의 예방을 위해 주주에게 좀 더 충실한 의무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근으로는 사외이사들에게도 스톡옵션을 부여함으로써 대주주 오너의 뇌물성 특혜가 아닌 정당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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