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대우 특별감리 결과 반응

중앙일보

입력

금융감독원의 대우그룹 특별감리 결과 분식규모가 2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우그룹 채권단은 그 비난이 일단 은행권에 돌아오는 것을 우려했다.

대우 계열사들이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분식결산을 하면서 부실을 키워오는 동안 채권단은 돈을 빌려주는데만 급급했지 그 돈이 제대로 쓰여지는지는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비난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15일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그룹의 주요 채권은행인 한빛, 산업은행과 과거 대우그룹 주채권은행이었던 제일은행은 대우의 특별감리 결과가 발표되자 먼저 엉터리 감사자료를 내놓은 회계법인에 화살을 돌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 입장에서는 공시를 통해 공식발표되는 회계법인들의 감사결과를 믿고 돈을 빌려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 자료 자체가 분식된 내용이라면 은행에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자체적으로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대상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지 않느냐'라는 반문은 가능하겠지만 회계 관련 지식이 전문기관보다 떨어지는 은행이 감사를 한다고 해서 분식 내용을 적발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빛은행 관계자도 '분식 규모가 23조원이라지만 이 가운데 은행들이 대우를 살리기 위해 쏟은 돈은 2,3조원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분식규모는 대우가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경영내용을 조작한 규모이지 은행들이 이만한 돈을 퍼부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대우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맡았던 제일은행은 현재 과거 대우를 담당했던 임원들이 모두 은행을 그만둬 `책임'질만한 사람이 없는 상태다.

제일은행 관계자는 '대우를 살리기 위해 매일 밤늦도록 제일은행 주재 아래 회의가 열렸으나 결과적으로 회계법인들의 감사자료가 부실한 것이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헛고생만 하고 돈을 날린 결과가 됐다'면서 ''국내 유수의 회계법인들이 내놓은 자료를 불신할 수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그러나 '은행들이 수조원의 돈을 대우에 퍼부으면서 그 책임을 회계법인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은행들은 특히 회계법인들이 제시했던 우발채무 가능성 등도 아주 보수적으로 평가, 위기를 일단 넘기고 보자는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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