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허와 실…"타인종 많으면 오히려 독"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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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종 고객이 즐겨찾는 일부 한식당의 업주들이 찾는 숫자에 비해 매상은 좋은 편이 아니라며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계없음. [중앙포토]

"빛 좋은 개살구에요."

오렌지 카운티 지역 한국식당을 찾는 타인종 고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이들이 매상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며 하소연을 하는 업주들이 늘고 있다.

OC지역 한식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인종 고객들이 매상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

보통 무제한 고깃집이나 일반 구이집에서는 고기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는 대신 소주나 맥주 등 주류에서 마진을 상쇄하는 영업전략을 쓰고 있다.

하지만 타인종 고객들의 대다수는 한인들처럼 식사 시에 음주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어서 주류판매에 따른 이윤을 남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특히 베트남 등 어린 아시안계 타인종 고객들이 많이 찾는 가든 그로브 일부 식당에서는 무제한 리필 음료를 캔 음료로 바꾼 곳도 있다. 술을 마시기 보다는 소다를 시키고 2~3차례 계속 리필을 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아 아예 낱개로 판매하는 캔음료를 들여 온 것이다.

A식당 최 모 사장은 "식사하면서 술을 꼭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업주의 입장에서는 타인종 보다는 소주 한 두병 정도 비워주는 한인 고객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라며 "타인종 고객이 늘어날 수록 이윤이 많이 남을 걸로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더치패이 문화가 발달한 타인종 고객의 경우 식사 후 각자의 식대를 모두 따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 이 때 발생하는 카드 프로세싱 수수료도 업주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B식당 박 모 사장은 "한인 고객들은 나중에 현금을 걷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한 명이 한꺼번에 계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타인종들의 경우 9.99달러짜리 무제한 고기를 10명이 먹은 후 모든 사람이 카드를 내밀며 각자 계산을 따로 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드 계산시 1회 수수료가 40센트 정도인데 100달러치 팔고 카드 수수료만 4달러 가량 지출한 셈"이라며 "매상의 4%면 큰 돈이 아닌 것 같아도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처럼 업주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래도 불경기에 한인이든 타인종이든 찾아주는 것이 어디냐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업주도 있었다.

C식당 김 모 사장은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우리 입장에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타인종의 경우 과식하는 경우가 많이 없어 덩치는 커도 오히려 한인보다 고기를 덜 먹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신승우 기자 gowest@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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