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단말기 재고로 '공짜폰' 수준 재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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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업계간 과열.출혈경쟁을 막기위해 지난 6월 전면금지된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이 최근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출고가 20만원대 이상의 휴대폰이 10만원대의 저가 제품으로 둔갑, 시중 이동전화 대리점이나 가판대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

일부 휴대폰 기종의 경우 심지어 5∼7만원대에 팔리고 있어 단말기 보조금폐지 이전의 `공짜폰'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한국통신프리텔, 한국통신엠닷컴, LG텔레콤 등 PCS 3사가 공급하는 휴대폰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019 PCS폰으로 판매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SPH-I1190모델과 SPH-A1318모델은 출고가가 각각 25만3천원, 18만400원임에도 불구하고 도매점에 9만원, 6만5천원에 공급되고 있다. 출고가 39만6천원인 SHP-A2000모델도 27만원에 공급되고 있다.

특히 018 PCS폰인 LG전자의 LGP-9004모델과 LG-P810모델은 4만원에 공급되고 있어 거의 `공짜폰'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018 PCS폰으로 납품되는 현대전자의 HGP-R2010모델은 출고가가 24만2천원인데도 17만원에, 018 전용으로 텔슨전자가 생산하는 KTF-3016모델은 출고가 16만5천원짜리가 9만원에 대리점 등 도매상에 공급되고 있다.

대형 대리점이나 도매상들은 이같은 도매가격에 2만∼3만원의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것.

이처럼 출고가 이하의 제품들이 무더기로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것은 단말기 보조금 폐지이후 재고가 누적된 단말기 제조업체와 가입자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PCS사업자들간 이해가 맞아 떨어져 단말기 가격의 일정액을 서로 부담하는 `신(新)단말기 보조금'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폐지 이전에는 보조금 전액을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들이 부담했으나 최근에는 서비스사업자와 제조업체가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으며 오히려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액수를 부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이런 판매전략에 따라 단말기 가격이 크게 떨어져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줄었으나 장기적으로는 과거 단말기 보조금 폐해인 과열.출혈경쟁으로 인해 사업자들에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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