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굳이 나까지 정치할 필요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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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1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안 원장은 정치 참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통합)당도 전당대회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가 많다”며 “저 같은 사람까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21일 한 말이다. 언뜻 정치 참여를 접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앞서 8일 출국 때만 해도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던 그였다. 말이 달라진 셈이다.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보니 민주(통합)당도 전당대회를 잘 치르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아 기대가 많다”며 “(여야가) 개혁 의지를 가진 것 같다”고 정치권의 쇄신 노력을 후하게 평했다. 그러면서 “양당이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학교, 회사, 재단에 집중하는 게 내게 주어진 일로 그 이상 고민을 안 한다. (이게) 고민에 대한 답”이라고도 했다.

 말의 수위가 낮아진 직접적 원인은 안 원장의 발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출국 기자회견을 다룬 언론 보도를 접하고 적잖게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고민 중”이라는 말을 놓고 대다수 언론이 사실상 정치 참여를 결정한 것처럼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너무 많은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내 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당부한 건 그 때문이었다.

 정치권은 그러나 안 원장의 이날 발언을 총선을 건너뛰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였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자신에게 쏠릴 정치권의 압박 강도가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대선 주자가 되려면 총선에 기여하라”는 야권 일각의 ‘총선 역할론’이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 고위 관계자는 24일 “보다 자유로운 입장에서 총선 후의 정치지형을 보고 움직이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2월께 설립될 기부재단에 열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총선 전까지 정치권의 러브콜을 거절할 수 있는 명분도 된다.

 그렇다고 그가 대선 출마 가능성까지 부정한 건 결코 아니다. 안 원장은 미국 방문 중에 “대선에 출마하겠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세월은 흐를 것”이라는 선문답을 했다. 또 귀국길에선 “올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건 주어지는 거지 제가 시기를 정하거나 택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안 원장은 물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외부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신은 항상 같은 말을 하는데 정치권과 언론이 잘못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귀국 전 미국 필라델피아 공항에서 “기존 정치인 어법으로 (내 말을) 해석하면 틀림없이 틀릴 거다. 왜냐하면 나는 정치인이 아니니까”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안 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 말이 달라진 게 아니라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치권의 쇄신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는 게 최종 입장”이라고 말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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