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 18개 통합 움직임 … 과학자들 “창의력 말살”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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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이 16일 대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출연연 단일 법인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1월 21일 설립된 우리나라 첫 이공계 국책연구소다. 연구용 원자로와 상업용 원전 국산화 등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원자력 강국이 되는 기틀을 세웠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66년 2월 10일 출범한 첫 이공계 종합연구소다. 화학·철강공업을 기획했고 인조 다이아몬드 등 많은 연구 업적을 쌓았다. 이 연구소의 부서들이 독립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식품연구원 등 20여 개 단일 연구소로 성장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가 이들을 포함한 18개 이공계 국책연구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일 관련법인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국회로 넘겼다. 2월 국회 통과, 6월 단일 법인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이 목표다. 기관별로 법인을 운영해 보니 ▶협력이 안 되고 ▶연간 3조9000억원을 쓰면서 성과가 미흡하고 ▶운영이 방만하다는 것이 통폐합 추진 이유다.

그러자 과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KIST 등 각 기관 소속 과학자들이 “창의력과 자율성을 죽이는 일”이라는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단일 법인이 되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이나 KIST도 국가연구개발원의 한 연구 부서나 연구 센터가 된다. 미국·일본 등 과학 선진국이 원자력이나 항공우주 전담 연구 기관을 대부분 독립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과 정반대다.

 KIST의 과학자들 모임인 연구발전협의회 오영제 회장은 “연구 풍토와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키고 연구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연구 기관별 법인을 해체하지 않고 국과위 산하로 이관해도 연구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드웨어 개편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자는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보다는 공무원들이 과학계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과위 장진규 과학기술정책국장은 “단일 법인화로 연구소 간 벽을 허물고 융합 시대에 맞게 변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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