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eekly] PC방 살 길, 브랜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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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PC방 컴퓨터들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국 30만 대에 달하는 PC방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PC방 양대 협회 통합으로 목소리 키워

“1시간 사용료 1천5백원 이하로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PC방 업주라면 대개 공감하는 얘기다. 하지만 대학 앞이나 웬만한 번화가에는 건물마다 PC방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늘어난 상황이라 업소들은 출혈을 감수하고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전국 1천7백여 개의 PC방은 초고속 통신망의 급격한 보급으로 ‘시한부 인생 아니냐’는 눈총도 받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이후에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PC방 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C방 업계에 자생적인 활로 찾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힘 모으기’다. PC방 업계 양대 협회였던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와 인터넷플라자협회는 지난 7월 13일 통합을 선언하고 9월 중 ‘한국인터넷PC방협회’로 새로 태어난다. 1천3백 개의 회원사를 가진 초대형 협회의 탄생이다. 멀티문화협회 김윤범씨는 “PC방 업계의 대표성을 바탕으로 관련법 개정이나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콘텐츠 사용료 인하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보였다.

PC방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하는 경쟁 업체끼리의 합병도 있었다. 전국 3천8백여 개의 가맹점을 가진 청오정보통신과 4천여 개의 가맹점을 가진 이스테이션은 7월 25일 합병식을 갖고 전국 8천여 개의 가맹점을 갖는 거대 회사로 변신했다. 이스테이션은 합병 이후 콘텐츠 공동 구매, 광고 수입 등을 통해 개별 업소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PC방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B2B와 사이버 쇼핑몰 운영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겠다고 밝혔다.

협회 통합과 네트워크 사업체의 합병이 공생의 길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종로에서 PC방을 경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가입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협회에도 등록하고 모 업체의 가맹점도 되었지만 실제로 혜택을 보는 것은 거의 없다”며 “통합한다고 해도 달라질 게 뭐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PC방 네트워크 사업체들은 ‘PC방 공동체’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설파한다. 현재 네트워크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업체는 이스테이션 외에 인트로시스템, 게토코리아, 미디어웹 등이 있다. 이 업체들은 가맹점이 되면 자체 PC방 관리 프로그램 배포로 운영이 쉬워지고, 바탕화면이나 인터넷 초기화면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트로시스템의 김준수 대리는 “아직까지 개별 업소에 많은 수익을 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인터넷 초기화면 광고 수주를 통해 업소당 3∼4만원의 고정 수입이 생긴다”며 “물품 공동 구매로 경비를 줄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스테이션이 8천, 인트로시스템 8천, 게토코리아 1천5백, 미디어웹이 2천 개의 가맹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중복 가입한 업소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업소 주인들에게는 여전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뿐이다.

소속감 없는 ‘가맹??대신에 PC방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전투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선 업체들도 있다. 와이즈정보통신은 ‘인터넷 챔피언’이라는 브랜드로 체인점을 모집, 전국에 2백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기획팀의 김덕하씨는 “조립PC 대신 애프터 서비스가 완벽한 대기업 제품을 제공하고 운영 전반의 컨설팅도 이뤄지기 때문에 개별 점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내세운다. 신세대에게 걸맞는 세련된 인테리어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메가웹스테이션 등 고객 눈높이 높여

PC방의 브랜드화는 대형화와 맞물려 있다. 30∼40평 규모가 대부분인 시장에서 최소 1백평 이상에 쾌적한 분위기를 갖춘 ‘방’ 같지 않은 PC방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동 ‘메가웹스테이션’, 넷츠고의 ‘N.E.T’ 등은 지점을 늘리고 있지는 않지만 PC방을 찾는 고객의 눈높이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화의 선두 주자는 한컴소프트네트. 한컴소프트네트의 ‘예카스테이션’은 올해 5백평 규모 13개, 1백평 규모 35개의 PC방을 전국에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카스테이션은 PC방이 아니라 ‘인터넷 정보문화방’이라고 주장한다. 스카이러브 등 한컴의 자매회사들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사이버 증권거래, 비즈니스센터, 인터넷영화 상영관, 애프터 서비스 대행사업, 전자상거래, 인터넷 교육 등 각종 온라인, 오프라인 사업을 벌여갈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업소 개설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본사가 탄탄한 자본력과 관리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1천5백여 개의 지점을 가진 게토코리아가 가맹점의 인테리어와 간판을 통일하는 사업을 벌이다가 흐지부지된 것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테이션 역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정책국 정훈구 팀장은 “간판과 인테리어의 통일도 중요하지만, 이제 곧 PC방 컴퓨터들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굼繭窄?“전국적으로 30만 대에 달하는 PC방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교체하려면 프랜차이즈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훈구 팀장은 또 “이동통신 업체 등 PC방을 홍보 거점으로 삼으려는 대기업들과 협력하면 비용 부담 없이 PC방 업그레이드를 이룰 수 있다”고 밝힌다.

‘PC방=게임방’이라는 빈약한 콘텐츠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초고속 통신망이 깔려도 PC방에 개인 사용자가 구할 수 없는 콘텐츠가 많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트로시스템의 경우 가맹점에 만화 CD를 배포, PC방에 ‘만화방’의 기능을 더하려 하고 있다. 인기만화 ‘짱’의 경우 만화방에서는 책값으로 5만1천원(3천원×17권)
이 들지만, CD로는 1개(8천원)
에 모두 담기기 때문에 전망이 밝은 사업이라고 밝힌다. 따로 만화 CD 대여비를 받지 않아도 시간당 계산하면 게임과 유사한 사용요금을 받을 수 있고, 사용자도 만화방에서 보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PC방 경영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몇몇 인기 게임에 편중되어 있는 PC방 게임의 빈약함을 해결하기 위해 게토코리아는 아예 게임 인큐베이팅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게임 개발업체가 새로운 게임의 베타버전을 출시하면 게토 PC방 체인점을 통해 조사와 분석, 시장 진입, 홍보, 판매, 투자지원을 통해 게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특성화 콘텐츠 개발도 시도되고 있다. 매장 내에서 증권투자 설명회 등 이벤트를 겸하는 증권전문 PC방이나 교육 사이트와의 연계를 통해 공부방으로 운영되는 PC방이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앞으로 PC 비디오방은 물론, 인터넷 노래방 사이트와 연계한 PC 노래방이나 심지어는 PC 운동방까지 PC방의 콘텐츠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이소영 기자 <sogano@joongang.co.kr > / 사진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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