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원유가격 비상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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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격이 연일 급상승하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특히 유가에 민감한 자동차.정유.섬유.유화업체들은 원가와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판매전략을 수정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 비용을 줄이자〓SK㈜는 그동안 회사 내 8개 부서에서 시범 실시해 온 비용절감 대책을 모든 부서로 확대하기로 했다.

항공유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요금을 올리기 어렵다고 보는 항공업계도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직선 항로를 원칙으로 경제성이 높은 항로를 개발하고▶운항 고도.속도 등을 가장 기름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단거리 노선은 기름을 꽉 채우지 않고 법정 연료만 실어 비행기 무게를 줄임으로써 연료비를 아끼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한 비행기 두대 중 한대만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판매전략을 다시 짠다〓현대자동차는 8일 오전 7시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판매전략을 다시 마련했다.

기름값이 비싸지면 가솔린.LPG 차량의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오는 10월 트라제XG에 디젤엔진을 단 차량을 내놓고▶11월에 싼타페 디젤차량을 선보이며▶승용차에도 아반떼XD를 시작으로 디젤엔진을 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젤엔진의 경우 가솔린 차량보다 배기가스가 더 나오지만 연비가 40% 가량 높고 연료비도 덜 든다" 고 말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경차 등 연료가 적게 드는 소형차 판매를 늘리는 한편, 해외에선 광고를 통해 '싼차' 라는 이미지를 벗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전략을 짜기로 했다.

삼성은 세계 1위(월드 베스트)상품을 육성해 외부환경 변화에 영향을 덜 받도록 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대형 가전제품과 첨단기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면서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 재료비도 줄인다〓현대차는 차값의 70%인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강판.타이어.플라스틱 소재 등 주요 부품의 수급계약을 선물거래를 이용한 장기 수급계약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현재 10일분인 부품재고도 적정 재고 수준인 7일로 줄일 방침이다.

한솔제지는 올 초부터 대표이사 직속으로 기술.생산 관련 임원으로 구성한 에너지소위원회에서 전사적인 에너지 절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생산설비의 에너지 누수를 줄이는 보조 에너지 설비 도입을 늘리고 벙커C유를 일정한 가격에 장기적으로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회사 김진천 전략기획팀장은 "종이를 생산할 때 나오는 증기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설비를 최근 도입해 시험가동 중" 이라며 "이 설비를 늘려 에너지 소비를 10% 이상 줄이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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