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로 떨어지려는 동료의 손을 잡은 도마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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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 또는 건물 옥상에 있던 한 사람. 우연한 사고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 눈을 질끈 감은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붙잡는 걸 느낀다. 동료(아니면 앙숙이었던 인물일 수도 있다)의 손이다. 이때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손 하나에 의지한 채 허공에서 바둥거리는 두 사람. 어떻게 될까?

수 천 편의 영화에서 수없이 재연된 장면일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치 자신들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영어에선 이를 두고 ‘클리프 행어(Cliff Hanger)’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은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을 뜻한다. 아예 실베스타 스텔론이 주인공이었던 동명의 영화(클리프 행어·1993)가 나와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도마뱀이 연출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런 일이 실제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위기의 순간 동료의 ‘앞다리(?)’를 잡은 수컷 도마뱀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소개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건의 주인공인 두 마리의 수컷 도마뱀은 우크라이나의 한 주택 정원 나뭇가지 위에서 조용히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한 도마뱀이 나무 위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이 여파로 나뭇가지는 매우 심하게 흔들렸다. 뒤에 있던 다른 도마뱀이 몸의 균형을 잃고 나뭇가지 아래로 떨어졌다.

우크라이나 사진가 알렉세이 티모셴코가 찍은 사진. 한가롭게 놀던 두마리 수컷 도마뱀 중 한 마리가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자 다른 도마뱀이 친구 도마뱀의 앞다리를 기적적으로 잡았다.[사진=데일리 메일 웹사이트]

영화 같은 장면은 이후 나왔다. 방금 전 격렬히 움직였던 도마뱀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몸을 숙여 떨어지는 동료를 붙잡은 것이다. 이 도마뱀은 두 뒷다리로 나뭇가지를 지탱한 채 오른쪽 앞다리로 떨어지는 도마뱀의 앞다리를 잡았다.

드라마 같은 장면은 우크라이나 사진가 알렉세이 티모셴코(19)의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다. 티모셴코는 지난 여름 부모님의 별장에 방문해 쉬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도마뱀과 노는 걸 즐겼던 그는 이날도 집 주변의 도마뱀들과 30분 가까이 놀다 문제의 장면을 목격했다.

티모셴코는 “사진을 찍으면서도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며 “도마뱀들이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돕는 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카메라를 준비해 놓고 이 순간을 찍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도마뱀들은 어떻게 됐을까. 아쉽게도 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봤던 결말로 끝이났다. 다리 힘이 빠져버린 도마뱀은 결국 친구를 놓쳤고 동료는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데일리메일은 떨어진 도마뱀이 어떻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친구 도마뱀은 나무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사진=데일리 메일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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