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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표밭 … 경제 손놓은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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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정사업본부 분식회계, 송전탑 부근 주민 분신 사망, 씨앤케이(CNK) 주가 조작, 미국의 대이란 제재 대책. 19일 국회 지식경제위의 4개 안건이다. 지경위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을 불러 이에 대한 긴급보고를 받았다. 질의는 CNK, 분식회계, 분신에 집중됐다. 정치적으로 ‘인화성’이 강한 사안들이다.

 반면 우리 경제의 ‘발등의 불’인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거 지역구에 내려가느라 전체 25명 중 이날 참석자는 11명에 불과했다. 이 중 원유 대책을 언급한 건 민주통합당 소속 김영환 위원장과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뿐이었다. 김 의원은 잠깐 한마디 던진 정도였다. 이날 외교통상통일위원회도 박석환 외교부 1차관을 불렀지만 CNK를 주로 다뤘을 뿐, 이란 원유는 별로 거론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외통위원은 “요즘 당 쇄신과 지역구에 신경 쓰느라 원유 문제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여야가 표와 직접 관련 없는 사안엔 어떻게 대응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온통 4월 11일 총선에 신경 쓰느라 시급한 경제 현안들을 뒷전으로 밀어둔 것이다.

  산업계에선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청와대 당국자가 19일 미국과의 협의 내용을 소개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 것도 그런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저녁 대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 제재안은) 다른 산유국의 증산을 전제로 한 거다. 실질적으로 기름값이 오르면 이란 제재를 푸는 게 조건”이라며 “크게 염려할 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득표전략상 의도적으로 피해 가는 민생 현안도 있다. 부동산 시장 대책이 그렇다. 부동산 시장이 고사 상태에 빠졌지만,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당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규제 보따리를 내놨던 야당은 물론 ‘부자 정당’ 이미지 벗기에 한창인 여당에서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는 금기어에 가깝다.

 야당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지도 않는다.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현재 부동산 상황이 경기부양책이나 규제 완화책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극화를 풀겠다며 각종 복지대책에 주력하고 있는 한나라당도 공연히 부동산 문제에 손대 ‘투기 조장 세력’이라는 공격을 받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의원 개인 차원의 언급뿐이다.

 국회에서 시장 대책을 기대하긴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이 지금 상황과 맞지 않으니 없애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폐지안’이 그렇다. 정부가 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시행도 안 됐는데 개정은 성급하다”며 반대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없앤 주택법 개정안도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도 ‘부자 증세론’에 밀려 좌초됐다. 기획재정위 소속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과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만들었던 과도한 규제는 이제 풀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정하·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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