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본 해외펀드에 세금 매기는 건 잘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해외펀드 투자로 손해를 보았는데도 투자 과정에서 환차익을 봤다고 과세하면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판결이 확정되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19일 김모씨가 “해외펀드 투자로 손해를 봤는데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삼성세무서를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경정청구 일부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구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인 배당소득은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과 환율 변동에 의한 손익을 합산해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7년 6~8월 일본 펀드에 2억3000만원을 넣었다가 펀드 수익률이 하락하는 바람에 이듬해 1억8500여만원만 환매할 수 있었다. 당시 증권사는 환차익에 해당하는 1억5000여만원을 배당소득으로 보고 이에 대한 소득세 2500여만원을 제외한 1억6000여만원만 지급했다. 이에 김씨는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봤는데 환차익만 분리해 과세하는 것은 법에 맞지 않는다”며 세무서에 종합소득세 경정청구를 냈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2009년 12월 31일 이전 옛 조세특례제한법이 적용돼 세금을 물었던 해외펀드 투자자들이 경정청구를 통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처럼 해외펀드 투자에서 손실을 봤는데도 환차익으로 세금을 내는 투자자가 늘자 기획재정부는 2009년 7월 주가 하락 시 해외펀드 환차손익 계산 기준점을 취득일이 아닌 환매일로 바꿔 투자자에게 세금 일부를 돌려줬다. 김씨도 1088만원을 돌려받았지만 손해를 본 펀드에 세금까지 내야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사 소송이 줄을 잇는 것은 물론 과세 부담으로 해외펀드 환매를 미뤘던 투자자들의 환매도 늘 것” 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상위 20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펀드는 80%가 환율 위험을 제거한 환헤지형이다. 나머지 20%인 약 40만 개가 환차익 과세 대상 계좌인 셈이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이날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