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남북동시입장 극적 성사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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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멜버른올림픽 동서독에 이어 44년만의 남북한 동시입장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동티모르를 포함, 200개 회원국에서 1만6천600명의 선수.임원이 참가해 최대규모로 치러질 2000시드니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공동입장이 이뤄질지 여부에 전 세계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 7일 시드니에 도착, 주목을 끌고 있다.

장웅 IOC위원은 박명철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겸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북한 스포츠계의 핵심 인물.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위원장의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입장하자'는 제안에 대해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고 (단일팀을 구성했던)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도 복잡한 문제를 하루만에 해치웠다"고 일단 희망을 갖게 했다.

장웅 위원은 또 사마란치의 제안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혔으며 아직 IOC와 협의중에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과거 IOC가 북한의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으로 승인하는 과정에서 줄다리기를 벌였고 63년 자카르타 비동맹국체전(GANEPO) 참가국에 대한 제재문제로 인도네시아와 함께 이듬해 도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했다가 전격 철수시키기도 했던 북한으로서는 IOC와 풀어야 할 '감정'이 남아있음도 은연중 암시하고 있는 대목이다.

남북한 동시입장은 개막식 당일인 15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5시)까지 약 1주일이 남아 있어 아직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조선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장웅 위원이 밝혔듯 "IOC의 제안이 북과 남의 기호에 맞지않는 것도 있고... 앞뒤좌우를 재봐야한다"고 한 것이나 "북남의 문제 뿐 만 아니라 IOC도 포함, 3자간 문제가 된 것"이라는 점은 자칫 동시입장이 불발했을 경우 남측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IOC에 화살을 돌리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볼 때 어쨌든 열쇠를 쥐고있는 쪽은 여전히 북한이다.

북한은 또 이미 사마란치가 밝혔던 남측은 동시입장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올림픽기를 앞세우고 그 뒤에 남북한 올림픽위원회(NOC) 기를 들자는 안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의 한반도기 제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체육정책의 책임자인 박명철 위원장이 입국하게 될 10일 이후 김운용 KOC위원장과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번 올림픽 최고의 현안이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막 하루전까지 남북동시 입장이 타결된다면 같은 단복을 입을 수도 있으며 설사 당일 합의에 이른다하더라도 단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리 문제가 되지않을 것이라는 것이 IOC 주변의 관측이기도 하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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