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울트라스팍 III 공개 후 남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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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년 여를 끌고 있는 서버 문제도 해결 못하는 회사의 무능력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서버 공개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질 수도 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은 오래 지연돼온 울트라스팍 III(UltraSPARC III) 프로세서를 오는 9월 11일 공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서버 문제도 해결 못하는 회사측의 명백한 무능력에 대한 우려가, 그것만 아니라면 밝을 수도 있을 썬의 하이엔드 서버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썬이 울트라스팍 II를 내놓은지 근 4년만에 마침내 후속 제품인 클럭 스피드 750MHz의 64비트 리스크(RISC) 프로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원래 지난해 발표 예정이던 치타(Cheetah)라는 코드명의 이번 칩은 썬의 워크스테이션과 서버에 요구되던 성능 향상을 제공할 것이다. 썬의 워크스테이션과 서버는 지난해 최대 경쟁사인 휴렛팩커드(HP)와 IBM이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발표한 이후 성능면에서 뒤쳐진 상태였다.

하지만, IDC는 썬이 여전히 유닉스 기반 서버들을 전세계적으로 판매하는 굴지의 판매업체로 군림하고 있다고 밝혔다. 썬의 뒤를 이어 HP가 2위, IBM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썬의 E10000은 3년 전 처음 발표된 것으로, 많은 인터넷 기반 사업체들의 데이터센터에서 가동되고 있다. 지난 7월에 발표된 4분기 수익보고서에서, 썬은 이 기간 동안 100만 달러 이상 가격의 장비들을 500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사실, 제품 업그레이드에 오랜 시차가 있었다고 해서 썬이 손해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골드만 삭스의 시장 분석가인 로라 코니글리아로는 “이번 경우는 지연된 제품이 성장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 케이스다.

소비자들은 썬이 별도의 테스트 주기와 품질 주기를 갖기 위해 치타 기반 시스템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간단히 말해버린 사실에 일종의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썬은 우선 울트라스팍 III를 솔라리스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하다가 나중에는 이 칩을 세렌게티(Serengeti)라는 코드명을 가진 업그레이드된 서버군에 통합시킬 전망이다. 이 서버 제품군은 내년 신종 하이엔드 서버 출시로 마무리된다.

메모리 실패

그러나 썬이 아무리 새 칩으로 주목받고 싶어한다고 해도, 기존의 자체 하이엔드 시스템에 있는 메모리 모듈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같다.

지난해 썬은 자사 하이엔드 서버의 메모리 문제를 처음에는 시인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이베이(eBay)에서 썬 서버의 실패 사실이 널리 알려진 이후, 썬은 서버 문제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비폭로 계약(non-disclosure agreement)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 NDA로 불리는 비폭로 계약은 소비자들이 문제점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말한다.

D.H. 브라운 앤 어소시에이츠(D.H. Brown and Associates)사의 조사담당 이사인 빌 모런은, NDA 조치는 오히려 이런 서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널리 퍼져있는가 하는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벤더들이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NDA에 서명하도록 요구한 것은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려주는 적신호가 된다”고 말한다.

썬의 더그 밴 아만 대변인은 NDA 관련 사실을 인정하긴 했지만 자사의 조치는 소비자들이 독점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문제 발견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NDA에 조기 서명할 것을 요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경쟁업체들과의 정보 공유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주장했다.

밴 아만은 썬이 지난 봄 마침내 그런 관행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다른 무엇보다 경쟁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가트너 그룹 애널리스트인 탐 헨켈에 따르면 썬의 이례적인 NDA 요구를 차치하더라도, 문제의 핵심은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회사측의 무능력에 있다고 한다.

헨켈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공동 집필한 가트너 그룹의 한 보고서에서 썬 서버에 사용된 메모리 모듈 관련 문제들을 처음으로 상세히 기술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보고서에는 썬의 소비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불만사항들이 언급돼 있다.

많은 대가를 치를 문제들

이 문제는 E3500부터 최고급 E10000에 이르는 다양한 썬 서버들에 영향을 미친다. 이 서버들은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18개월 동안 헨켈은 메모리 관련 문제들을 경험한 50명의 소비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 결과 E10000 서버 사용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헨켈에 따르면, 이런 문제는 서버 상에서 프로세서를 위한 외부 메모리 캐시를 갖고 있는 모듈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메모리 모듈의 에러는 서버를 다시 작동시켜야 하는 시스템 고장을 일으킨다. 이런 문제 때문에 데이터가 분실되진 않지만 서버를 재가동시킬 때까지 서버는 작동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18개월 가까이 지속돼왔다고 한다. 썬은 기본 모듈 디자인에 몇 가지 수정을 가하는 데 어느 정도 진척을 봤다. 하지만 아직도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수준은 아니다. 헨켈은 “문제는 특히 E10000 사용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잘못된 모듈을 처리하도록 고안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대화를 나눴던 일부 고객들은 하나의 모듈 고장으로 인해 전체 기기를 재시작해야 하는 사고를 겪었다”고 밝혔다.

썬의 대변인은 모든 서버 문제가 메모리 모듈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을 부정했다. 밴 아만은 “이 문제는 ‘바로 이거다!’하면서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개의 경우는 몇 가지 환경상의 문제가 개입돼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밴 아만은 시스템이 보관된 방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문제 하나는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시스템을 엘리베이터 축으로부터 옮기는 것도 또다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밴 아만은 썬이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일부 서버에 있는 메모리 모듈을 대체해야만 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그는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가고 있다. 문제가 있는 서버의 숫자는 처음에도 적은 수였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D.H. 브라운(D.H. Brown)사의 모런은 썬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솔루션을 찾는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고 말한다.

그는 “썬은 스스로를 무능력자로 만들고 있다. 만약 포드 자동차에 문제가 생긴다면, 포드사는 6~9개월 내에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간이 18개월이 돼 간다고 하면,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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