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50% 줄면 국내 정유업계 … 연 2000억 이상 더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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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당국자 간 이란산 원유 수입량 축소 협의가 본격화하자 기업들의 초조함도 고조되고 있다. 당장 마음이 급한 곳은 정유업계다. 특히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그 결정에 따라 수입량을 조정하고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추가 비용 부담이 얼마나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연간 원유 도입량의 10% 정도인 하루 13만 배럴을 이란에서 들여온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루 7만 배럴 정도 수입한다.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배럴당 102.89달러다. 김황식 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방문해 원유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부탁한 아랍에미리트의 원유는 108.6달러에 이른다. 또 사우디아리바아의 경우 106.29달러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 일본 수준(최대 50%)의 감축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정육업계는 수입 지역을 바꾸는 것만으로 연 20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정한다. 주정빈 대한석유협회 홍보실장은 “이란산 원유에 맞게 운영해 오던 일부 정제시설을 다른 지역의 원유 정제에 맞게 재조정해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유사가 부담해야 할 돈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용은 휘발유·경유의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성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산품 가격은 물론 서비스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반적인 국제유가까지 오를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가 1%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0.1%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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