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반론

안철수는 김근식의 ‘천안함 매듭’ 주장 검증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김진
논설위원

안철수 교수는 ‘대선주자 수업’에 열심이다. ‘북한 과목’에서는 햇볕정책 이론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지난해 12월 두 차례 만났다. 김 교수는 “범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김정일이 사망했으므로 천안함도 매듭지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안 교수가 동의하는 걸로 그는 느꼈다고 언론에 전했다. 나는 지난 16일자 칼럼에서 김 교수 논리를 비판했다. 아울러 안 교수가 동의했다면 북한을 잘못 배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7일자에 반론을 썼다. 이 글은 나의 반론이다.

 김 교수는 “범인(김정일)이 죽었는데 범인의 아들(김정은)이나 상속자에게 (천안함) 책임을 묻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건 실체와 동떨어진 것이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군의 잠수함부대·정찰총국·참모부와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저지른 집단범죄다. 북한의 정권과 군부가 저지른 국가 테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김정일)가 죽었다고 전체(북한)의 책임이 없어질 수는 없다. 북한 정권·군부와 이를 상속한 최고지도자에게 남한이 계속 책임을 추궁하는 건 당연하다. 김정은은 개인 김정일의 아들이 아니라 북한 권력의 계승자로서 책임이 있는 것이다.

 김 교수 논리대로라면 히로히토 일왕이 죽었으니 위안부 책임을 일본 정부에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제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 개인이 아니라 독일 정권이 저지른 국가 전쟁범죄였다. 그래서 히틀러가 죽었어도 정권의 전범자 12명이 국제재판에서 사형으로 단죄된 것이다. 국가의 정권·군부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세계와 역사는 이렇게 단호하다.

 김 교수는 천안함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도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 것도 북·일 관계가 진전되고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버지 시대에 있었던 납치를 김정일이 시인하고 피해자 일부를 돌려보낸 건 일본의 엄중한 요구 때문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일 수교는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회담 자체가 아니라 회담의 내용이 북한을 움직인 것이다. 이런 일본의 방식이 국가의 자존심과 정의를 살리는 정책이다. 천안함 폭침은 납치보다 몇 배나 위중한 것이다. 그런데 김 교수는 “김정일이 죽었으니 사안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 교수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동안 북한에 대한 지식과 판단력을 쌓을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북한 수업’을 받고 있다. 안 교수 같은 영향력 있는 지도자에게 어떤 논리가 입력되느냐는 국가 안보적으로 중요하다. 안 교수는 자신이 듣는 얘기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