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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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세계적 게임업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인터넷 게임 ‘디아블로3’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게임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판정(청소년 이용 불가)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게임에 있는 아이템의 현금거래 기능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국내 업체들도 게임 안에 현금거래 시장을 둔 적이 없다는 점에서 디아블로는 논란을 일으킬 만했다. 결국 블리자드 측이 이 기능을 제외해 재신청했고, 게임위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게임으로 판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신중했다고 본다.

 게임 아이템이란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얻는 총, 칼, 장신구 같은 가상 물품을 말한다. 아이템이 있어야 게임 레벨을 높일 수 있어 학생들이 밤새워 게임을 하며 아이템을 모으거나 아예 아이템 중개 사이트로 가 돈을 주고 구입하기도 한다. 온 국민이 학교폭력의 실상을 알게 된 대구 중학교 자살 사건에서도 게임 아이템의 어두운 면이 등장한다. 게임 레벨이 높은 일명 ‘고랩’이 학교 교실에서 힘이 약한 아이에게 게임을 강요하고 아이템을 모으도록 협박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에 비해 아이템 중개 시장에서 거래되는 규모가 연 1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이 시장을 규제하면 중국 내 아이템 거래시장만 득을 볼 것이라는 업체들의 주장도 영 틀린 얘기는 아니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게임에서 아이템 거래를 눈감아주거나 아예 거래시장을 양성화한다면 이득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다. 게임은 즐기기 위한 것일 뿐 여기에 몰입해 아이템을 모으고, 이를 통해 돈벌이를 하도록 터주는 건 학생 본분에도 맞지 않는다. 문화부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게임에서 아이템에 대한 현금거래를 금지하려는 것도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 오는 26일 열리는 규제개혁심의위원회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얻은 가상의 물품이 현금화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