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운반선 폭발한 뒤 두 동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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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5일 옹진군 자월도 북쪽 해상에서 폭발로 두 동강 난 기름운반선 두라3호를 해경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4200t급 기름 운반선이 해상에서 폭발해 5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15일 오전 8시5분쯤 인천 옹진군 자월도 북쪽 3마일 해상을 항해하던 기름 운반선 두라3호(선장 안상원·57)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폭발로 선체가 두 동강 난 채 반쯤 가라앉았으며 이진수(20)씨 등 5명이 숨지고 1등 항해사 유준태(52)씨 등 6명이 실종됐다. 선장 안씨 등 5명은 출동한 해경 경비정에 구조됐다. 사망자 시신은 인천 숭의동 성인천한방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사고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 11명과 미얀마 선원 5명 등 모두 16명이 승선해 있었다.

 선장 안씨는 “사고 순간 ‘쾅’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조타실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충격이 전해져 순간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선체 중간 부분이 갈라진 채 침수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은 선체 내부의 유증기(油蒸氣)에 의한 폭발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안 선장은 “당직자를 제외한 선원 11명이 유류 저장탱크에서 잔량 제거 작업에 들어간 지 20∼30분 만에 폭발이 일어났다”며 “조타실 등 선미에 있던 5명은 무사했다”고 전했다.

또 “현재로서는 외부 요인에 의한 폭발보다는 유증기에 정전기가 튀어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이 소속된 두라해운(부산 영도구 대평동) 관계자도 “두라3호가 유류탱크 안에 남아 있는 유증기를 빼는 ‘가스 프리’ 과정에서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체가 갈라지는 바람에 선미의 생존자들이 구조를 위해 선수 쪽으로 접근할 수 없었던 것도 실종자가 많았던 한 원인으로 보인다.

 두라3호는 충남 서산의 대산항에서 휘발유 6500t을 싣고 인천항으로 와 14일까지 SK부두에 하역한 뒤 이날 오전 6시30분 인천항을 출항해 대산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사고 선박에는 벙커C유 80t과 경유 40t의 연료유가 실려 있으나 선미의 유류탱크가 파손되지 않아 해상에 기름은 유출되지 않았다.

옹진군 자월도 북쪽 3마일
유증기 빼내다 정전기 튄듯
5명 사망 6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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