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가 유럽 리더 열받게 해 … 불만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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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메르켈 독일 총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등급 강등에 유럽이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의 AFP 통신은 “S&P가 유럽 리더들을 열받게 했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럽연합(EU) 증권시장청장인 마이클 다르비에르는 “S&P 강등 타이밍에 경악했다”며 “최근 좋아진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평가”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럽 시장의 신용경색은 좀 풀리는 듯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시장금리)이 연 7%대에서 6%대로 떨어졌다. 이탈리아·스페인·독일·프랑스 등이 내놓은 국채도 잘 팔려나갔다. 이처럼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와중에 S&P가 ‘강등 신공’을 부렸다.

 프랑수아 피용 프랑스 총리는 S&P 등급 조정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프랑스에 매겨진 최고 등급은 극적인 이벤트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조정돼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S&P 국가신용평가 책임자인 데이비드 비어스가 예상보다 빨리 강등을 발표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됐다.

 EU 쪽은 신용평가회사 전체에 엄포를 놓았다. EU 관계자들은 파이낸셜 타임스(FT) 등과의 전화 통화에서 신용평가회사들에 대한 감시·감독을 한결 엄격하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유럽계 평가회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다시 검토할 요량이라고 밝혔다.

 S&P는 “유럽의 반발이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는 쪽이다. 유럽국가신용평가 책임자인 모리츠 크래머는 “우리는 유럽의 노력을 모조리 무시한 게 아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 대응은 아주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리더들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문제의 화근은 유로존 회원국 간 불균형이었다. 그런데 리더들은 경쟁력 차이에서 비롯된 재정적자와 금융시장 불안만을 해결하면 되는 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리더들의 무능이 문제라는 얘기였다.

 크래머의 지적은 S&P가 요즘 무엇을 주목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정치 리더들의 위기 해결 능력이다. S&P는 지난해 8월 미 정치 지도자들이 재정적자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등급을 내렸다. 달리 말하면 위기 상황이라도 정치 리더들이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보이면 적어도 S&P 강등은 피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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