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소비 10% 줄이면 외채이자 해결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한 가구가 소비생활을 통해 연간 4천25달러(480만원)의 외화를 해외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민들이 소비를 10%만 줄여도 우리나라가 지불해야 할 막대한 외채이자를 갚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는 3일 발표한 `소비절약의 수입절감 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이를 위해 소비절약, 자원재활용, 에너지 이용 효율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활동의 수입유발 효과= 우리 국민이 지난 1년간 소비를 위해 지불한 외화의 규모는 전체 수입액(1천463억달러)의 32.2%에 달하는 471억달러(56조원)이며 이는 소비재 수입액(143억달러)의 3.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소비재 수입액과 소비 관련 외화 지출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직접 수입품 구매(143억달러) 뿐 아니라 국산품 생산에 투입된 수입원부자재를 소비하는 간접적 수입유발 효과(328억달러) 때문이다.

또 소비의 직.간접 수입 유발도는 20.8%, 다시 말해 100만원을 지출하면 21만원(175달러) 가량의 외화를 소비한다는 뜻으로 이를 가구당(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480만원(4천25달러)을 해외에 지불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소비를 10% 절약하면 연간 47억달러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외국에 지불하는 외채이자 순지급액 46억달러(98년 기준)와 맞먹는 수치이다.

◇소비절약의 수입억제 효과 = 무역협회는 대외수지의 안정적 균형을 위해 외제선호를 자제하는 것은 물론 낭비적 소비활동을 추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10% 절약시 수입절감 효과가 큰 품목은 ▶비내구성 소비재인 직물제 의류 (1억8천900만달러), 휘발유(1억2천100만달러), 의약품(9천만달러), 화장품(7천500만달러) ▶내구 소비재인 승용차(1억9천만달러), 컴퓨터(1억4천900만달러), 무선통신기기(9천100만달러), 가구(7천만달러), 4대 가전(1억900만달러) ▶서비스 상품인 도로운송(1억4천600만달러), 외식(1억1천800만달러), 항공운송(7천400만달러), 해외여행(3억9천600만달러), 도시가스(6천만달러), 전기(5천800만달러) 등이 꼽혔다.

또 자원재활용률을 10% 높이면 연간 폐지 1억9천만달러어치, 고철 5억8천만달러어치, 금속캔 7천만달러어치의 수입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폐차되는 자동차의 평균차령(8.1년)을 10년으로 연장하면 3억6천만달러, 엔진오일 교환 주행거리(6천100㎞)를 1만㎞로 늘리면 1억달러, 주택 사용기간을 20% 확대하면 5억8천만달러의 외화를 각각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로 지적됐다.

1천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에너지의 양을 석유로 환산한 지표인 에너지단위(TOE/천달러)는 80년 0.29에서 87년 0.25로 개선됐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돼 지난해 0.32로 다시 높아졌다.

이같은 에너지 사용효율은 일본(0.1), 미국(0.25), 대만(0.25)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이를 87년 수준으로만 개선해도 연간 228억달러에 이르는 에너지 수입액을 50억달러 가량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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