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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신동 열 명 ‘미션 대결’ … 1등 뽑지만 꼴찌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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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55분 방영되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칸타빌레’가 화제다. 노래와 춤에 재능있는 10명의 어린이가 미션을 수행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성태현(원묵초5)·한시온(개포초5)·이우진(정자초2)·이은성(부산 부흥초5)·김나영(잠원초2) 어린이. 앞줄 왼쪽부터 권승연(야탑초5)·이가연(보평초5)·손영혜(동산초6)·정혜원(매헌초4)·김초은(효탑초2) 어린이. [김도훈 기자]

청정지대다. 이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예쁜 여배우도 아이와 동물은 못 이긴다’는 방송가의 설이 실감이 난다. 노래와 춤에 재능 있는 어린이 10명이 음악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아낸 JTBC ‘칸타빌레(일 오후 5시55분)’ 얘기다.

 선생님으로 나오는 박해미·탁재훈·조규찬·황현성의 진심 어린 평가와 조언이 아이들의 순수함과 어울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매주 미션이 주어지고 1등을 뽑지만, 탈락이 없는 경연이다. 자극과 경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됨은 물론이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순수한 어린이들이 아이답게 노래하는 게 참 보기 좋다” “어린이들만 모여 ‘탈락 없는 음악학교’라는 곳에서 노래하는 기획의도가 색달라 재미있다”는 이들이 많다.

‘칸타빌레’의 교장선생님으로 출연 중인 박해미씨(오른쪽)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고 있다.

 10일, 칸타빌레 녹화가 진행 중인 서울 순화동 JTBC 스튜디오를 찾았다. 설 연휴 방영을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이 세배를 드리며 녹화가 시작됐다. 이날의 미션은 ‘사랑하는 가족·친구와 함께 노래 부르기’.

 시온(12)이가 누나와 함께 무대에 섰다. 선보일 노래는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 그간 무뚝뚝한 모습만 보여줬던 소년이 스윙댄스를 추며 무대를 장악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 중 가장 좋았다”는 박해미 선생님의 평에 무표정했던 시온이가 미소를 지었다. “누나의 자신감을 훔쳤다”는 농담도 던졌다.

 ‘경쟁하는 법’보다 ‘함께 배우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라서일까. 유독 듀엣미션이 많고,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빠지지 않는 독설도 없다.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우진(9)이는 “학교는 가기 싫은데, 여기 오는 날은 그냥 눈이 떠진다”라며 웃었다. ‘미성왕자’로 불리는 태현(12)이는 “누군가 제 옆에 있어주니까 긴장이 안 된다”고 말한다.

 카메라가 앞에 있어도 까불고 떠드느라 바쁜 아이들이지만 음악 수업에서만큼은 진지하다.

 아이들의 음악지도를 맡은 가수 조규찬은 “레슨을 받을 때 태도는 대학생보다 더 진지하다”며 혀를 내두른다. 그는 “오디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음악인을 발견하고 완성하는 건데 자칫 잘못하면 결과만 보게 된다. 하지만 ‘칸타빌레’는 경쟁을 위한 경쟁을 하지 않고, 수직적 평가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 박해미는 “오디션이 전쟁이라면, 칸타빌레 음악학교는 승패를 떠나서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주인공은 10명의 어린이지만,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는 건 오히려 어른들이다. 임정아 PD는 “어린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 건 어른들이다. 어린이가 재해석한 기존의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를 제작진이 직접 찾아 다니며 발굴한 아이들은 부쩍 성장했다. 처음에는 자기 생각을 잘 이야기하지 않던 나영(9)이는 이제 ‘인터뷰 내용이 넘칠 정도’로 자기표현이 명확해졌다. 안무도 아이들이 직접 짠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함께하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18일 방송된 ‘최고의 하모니를 찾아라’ 미션에서 우진(9)이는 해맑게 말했다. “하모니는 소중한 것 같아요. 아름답고…. 혼자 부를 때는 뭔가 비어있는 느낌인데, 함께 하면 풍부해지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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