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가수 차게 & 아스카 첫 내한공연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2인조 록그룹 차게 & 아스카의 내한공연이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이로써 차게 & 아스카는 한국정부의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조치로 가능해진 2천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에서 일본어로 노래한 첫 일본가수로 기록됐다.

이날 공연에는 강한 빗줄기가 계속되는 궂은 날씨였지만 일본가수의 첫 내한공연을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공연장에는 한국인과 일본인 관람객 6천 여명이 한데 어우러져 음악을 즐겼다. 관람객 가운데는 일본인이 3천 여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들 대부분은 차게 & 아스카의 한국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날아온 열성 팬들이다.

일본 관람객은 20~30대가 주류를 이뤘으나 40~50대 장년층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차게 & 아스카가 노래할 때마다 율동을 하거나 환호를 보내며 공연에 열기를 보탰다. 공연장에는 일본인의 전통복장인 기모노 차림을 한 관람객도 눈에 띄어 대중문화 개방에 따른 한-일간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을 실감케 했다.

차게 & 아스카는 이날 공연에서 '세이 예스' '러브 송' '온 유어 마크' '야 야 야' 등 히트곡 20여 곡을 불렀다. 5인조 백밴드 및 2인조 백코러스와 함께 무대에 오른 그들은 'J-Pop'의 대표주자답게 감미로운 록발라드를 비롯해 흥겨운 로큰롤 등으로 공연장을 달궜다.

미성을 가진 차게(시바타 슈지)와 아스카(미야자키 시게아키)의 기교를 부리지 않는 투박한 목소리는 훌륭한 화음을 만들어 냈다. 20여 년간 국내외 라이브 공연무대에서 기량을 다듬어온 연주실력과 무대매너도 서구의 유명 록그룹 못지 않게 수준급이었다.

특히 외국공연때마다 수천명의 일본 팬을 몰고 다닐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들은 텔레비전 쇼에 의지하는 댄스음악 일변도의 국내 가요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그들은 탄탄한 음악실력과 공연활동으로 쌓은 인기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줬다.

차게 & 아스카는 이날 공연에서 "저희가 정말로 한국의 스테이지에 섰습니다. 저희들은 행복에 가득차 있습니다"라며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감회를 밝혔다. 특히 아스카는 "여러분들과 함께 과거사를 슬퍼하고 싶고 이제는 전후세대가 함께 한-일
간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날 입장권을 직접 구입해 공연을 관람했다. 이들의 공연 수익금은 한국여성기금(이사장 박영숙)에 전액 기부되어 불우여성을 돕는데 쓰인다. 차게 & 아스카는 27일 오후 6시30분에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다.(서울=연합)정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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