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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의 선동, 트위터의 불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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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김종윤
뉴미디어 에디터

1950년 2월 9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여성공화당 클럽. 조셉 매카시 상원의원이 연설을 하자 신문과 방송은 그의 발언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그는 한 장의 종이를 쥐고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무부에서 일하는 205명의 공산당원 명단이 여기에 있다.”

 매카시즘의 시작이다. 당시 언론은 객관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다. 취재원이 말하는 내용은 반드시 날것 그대로 보도했다. 이게 정치 편향성을 배제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원칙, 겉으로는 공평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객관성을 좌초시켰다.

 매카시가 명백한 거짓을 늘어놓아도 언론은 의무를 수행하듯 그의 말을 옮겼다. ‘공산당원을 찾아내자’라는 광풍이 몰아쳤다. 사실 확인은 뒷전이었다. 매카시는 거짓으로 의심되더라도 명망 있는 취재원의 말은 가감삭제 없이 쫓는 당시 언론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다. 확인과 검증 없이 날것을 퍼 나른 결과는 사회윤리의 추락이었다.

 60년 전 미국 사회의 치부를 끄집어낸 건 이 땅에서도 그런 위기의 그림자가 엿보여서다. ‘재잘거림’에서 불신의 싹이 트고 있다. 요즘 트위터에서는 선동과 네거티브가 춤을 춘다. 틀리건 말건 내가 믿는 쪽으로 ‘트윗’을 날린다. 이게 리트윗(재전송)을 거쳐 사실(fact)로 둔갑해 온라인을 휩쓴다.

 나꼼수 스타 정봉주 전 의원은 지금 차가운 감옥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가 주장했던 ‘BBK-이명박 대통령 의혹’은 온라인 공간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7일 진중권씨는 ‘BBK 의혹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구멍들을 상상력으로 메운 음모론’이라고 트윗을 했다. 진씨에게 돌아온 건 일부 트위터리안들이 퍼부은 비난의 융단폭격이다. 논리가 바른지, 주장이 정당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는 ‘가카 지킴이’로 매도당했다.

 ‘나는 꼼수다’가 ‘가카와 에리카 김, 그리고 눈 찢어진 아이’와 같은 저질 표현을 쓰자 이 내용은 바로 리트윗돼 사이버 공간을 달궜다. 사실 확인을 위한 시도조차 없었다. 내 편에게 이로운 말이 나왔으니 검증은 필요없다. 거기다 나꼼수 우상들이 한 말 아닌가. 퍼 나르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트위터로 선거운동도 할 수 있는 시대다. 내 편, 네 편 가름이 더 분명해질 것이다. 비방은 거세지고, 거짓은 춤을 출지 모른다.

 매카시즘 광풍 이후 저널리즘은 고사(枯死) 위기에 빠졌다. 이때 나온 해법이 확인과 검증에 매달리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독자를 만족시켰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언론의 가치는 ‘신뢰’에 있다고 믿고 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믿음이 사라지면 트위터는 선동과 비방의 배설구라는 주홍글씨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온라인에 거짓의 싹을 퍼뜨리는 자, ‘쫄아야 한다’. 트위터 세상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