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열풍' 무료 인터넷서비스가 도화선

중앙일보

입력

굳이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는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왜 공짜를 좋아하느냐" 는 질문은 어쩌면 부질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공짜 돌풍이 불어닥친 배경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열풍을 첫번째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 2~3년 사이 벤처 열풍에 힘입어 투자자로부터 거액을 유치한 인터넷 업체들은 무엇보다 많은 수의 회원 확보를 지상 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웹메일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무료 제공하면서 '인터넷은 공짜' 라는 인식이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게 됐다.

각종 문화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가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유통되면서 공짜 심리가 젊은층을 기폭제로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은 이제 돌릴 수 없는 추세로 굳어졌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탈업체인 다음 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 업체들은 취재기자가 서비스 유료화 여부를 물으면 주저 없이 "일절 검토한 바 없다" 고 말할 정도다.

IMF 사태로 예전의 소비거품이 꺼지면서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알뜰소비 심리가 굳게 자리 잡았고, 이런 소비성향을 꿰뚫은 기업체들이 공짜 마케팅 전략을 공격적으로 전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강대 왕상한(법학) 교수는 "대학 안팎을 불문하고 지극히 실용적인 사고 방식을 지닌 젊은이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며 "체면이나 겉치레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철저히 따지는 사회 풍속도도 공짜 바람에 부채질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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