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통신업 진출 계획 좌초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홈플러스의 통신사업 진출 계획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통신망을 임대해줘야 할 이동통신업체들이 홈플러스의 사업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SK텔레콤에 통신망 임대를 문의하면서 ‘합자회사 설립 방식’을 제안했다. 홈플러스와 SK가 자본금을 5 대 5 비율로 내거나 홈플러스가 이보다 조금 더 출자하는 방식으로 MVNO 회사를 함께 차리자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홈플러스가 전국에 보유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249곳의 공간을 내주면 SK텔레콤에서 매장을 열어 가입자를 모집해줄 것을 제안했다. 수입은 양 사가 지분 비율만큼 나누자고 제안했다.

 SK텔레콤 측은 이 같은 제안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실상 SK텔레콤의 자회사를 차리는 방식인데, 이는 (기존 이동통신사와의) 경쟁을 통해 요금을 낮춘다는 MVNO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해줄 리 없는 사업 방식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합자회사를 제안한 것은 영국 모회사인 테스코가 이 같은 방식으로 통신업에 진출해 성공한 때문이다. 테스코는 영국 최대 이통사인 O2와 함께 2003년 MVNO 전문업체 테스코모바일을 차려 가입자 270만 명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이 거절하자 홈플러스는 다른 이통사들에도 동일한 제안을 했으나 긍정적 답을 듣지 못했다. KT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MVNO 사업을 같이 할 수 없다”며 “방통위는 이통사의 자회사가 MVNO에 진출하는 것도 막고 있는데, 합작 방식이라지만 아예 직접 뛰어드는 걸 허용할 리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방식 변경을 포함해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회사 현경일 상무는 “영국의 성공 모델을 국내에 들여와 새 성공 사례로 만들고 싶은 생각에 자회사 설립을 제안한 것”이라며 “국내 상황이 영국과 많이 다르고 우리 사업 방식이 정부의 MVNO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모델 자체를 바꿔야 하는지 논의 중”이라며 “연내에 통신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의 영문 약자. 자체 통신망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로부터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하는 업체. 기존 통신사보다 요금이 저렴해 ‘저가 통신’이라고도 불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