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등록금 내린 뒤 교육의 질 저하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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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1조7500억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계획이 엊그제 발표됐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장학금을 늘려주는 7500억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2조5000억원이 등록금을 낮추는 데 쓰인다. 이렇게 되면 일부 저소득층 가정의 대학생들은 지난해에 비해 최대 25%가량 인하된 등록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고 한다. 반값 등록금까지는 한참 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사학에 내맡겼던 고등교육에 대해 재정을 획기적으로 투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은 올해 신학기 등록금 고지서에 적힐 등록금 인하율, 자체 장학금 확보 액수 등을 적은 신청서를 작성해 한국장학재단에 제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를 토대로 대학의 자구 노력을 평가해 1조원을 대학별로 나눠준다. 하지만 정작 신청서를 내는 대학들의 속내는 편치 않아 보인다. 웬만한 수도권 대학들은 이 돈을 받아도 등록금 인하 액수를 메울 수 없다고 말한다. 재정에 수십억원씩 구멍이 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교육 인프라 확충은 전면 중지하고, 교수와 직원의 인건비를 동결하거나 운영비를 절감하는 내핍(耐乏) 경영에 돌입한 대학도 많아졌다. 대학이 교육비까지 손대는 바람에 교육의 질이 이전보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다.

 교과부가 지금처럼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액수, 장학금 확충 액수만 놓고 자구 노력을 평가한다면 결국 교육의 질 저하를 방치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피해는 반값 등록금을 주장했던 학생들이 고스란히 보게 된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 높은 수업이다. 대학도 외국 유명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교육의 질을 높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잘 가르치는 대학이 더 많은 재정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대학도 등록금 이외 수입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이제 반값 등록금 논쟁은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