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 성장 1년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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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이해조(11)양은 또래보다 크다. 어머니 김미애(40)씨는 “얼마전 병원에서 잰 키가 또래 아이의 상위 5%에 해당하는 141.5cm였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꿈인 이양은 소녀시대의 수영처럼 170cm까지 자라고 싶어한다. 김씨는 “아이가 올해도 7~8cm 정도 크길 바래 기대도 되면서 걱정도 많다”고 토로했다. 또래 여자 아이 몇몇은 벌써 성조숙증으로 성장이 멈춘 경우도 있다.

 성조숙증이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분비돼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성호르몬은 뼈가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들어, 부모로부터 물려 받을 수 있는 키보다 못 자라게 한다. 새해를 맞아 김씨 모녀는 일찌감치 ‘건강하게 키 크는 1년 계획’을 세웠다.

1~2월, 실내에서 열심히 운동=겨울에는 기초대사량이 낮아져 체지방이 축적되기 쉽다. 체지방률이 높으면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도 높아진다. 이들 성분은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초경과 변성기를 앞당긴다. 실내에서 줄 없이 하는 줄넘기,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성장판에 물리적인 자극을 줘야 한다. 아침과 잠들기 전 간단한 맨손 체조도 효과적이다. 아이가 활동량을 늘릴 수 있도록 이불 개기 등을 시키는 것도 좋다.
 

3~4월, 알레르기 질환 예방=환절기가 시작되면 천식, 비염,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불청객이 찾아온다. 알레르기 질환은 아이의 건강과 키 성장을 방해한다.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은 “하루 중 숙면에 들었을 때 가장 많은 양의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알레르기 질환은 숙면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천식, 비염 등 기관지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하루 7잔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가래가 묽어져 쉽게 배출되고 기관지 점막이 부드러워지면서 호흡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실내 습도 유지를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빨래, 젖은 수건, 어항 등을 두는 것도 좋다.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이 있다면 샤워 습관을 바꿔보자. 하루 한번 10분 이내로 30℃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씻고, 물기가 마르기 전 보습제를 바른다.
 

5~6월, 학기 중 스트레스 해소=성장기에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또래 보다 성호르몬 분비가 일찍 시작된다. 박 원장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양손을 무릎 위에 놓고 손바닥은 위를 향하게 한 후 눈을 감고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 마셨다가 6초 동안 천천히 내쉬는 것을 다섯 번 반복하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호흡법이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뼈의 성장을 주관한다고 본다.
 

7~8월, 쾌적한 잠자리 유지=잠자리 온도는 18~20℃가 적당하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중추신경계가 흥분해 잠들기 힘들다. 그렇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밤새 켜두면,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점심 식사 후 30분 이내의 낮잠은 밤의 숙면을 돕는다. 잠자기 전 TV 시청은 대뇌를 자극해 깊은 잠을 방해하므로 피하고 가급적 저녁식사는 잠들기 3시간 전에 마친다.
 

9~10월, 식단 조절로 체중 관리=성조숙증을 불러올 수 있는 소아비만을 막으려면 식단관리가 필수다. 박 원장은 “비만인 아이의 식욕을 조절해주고 몸의 붓기를 빼주는 율무를 이용한 음식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율무는 몸에 불필요한 수분과 습기를 제거해준다. 또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조숙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단, 변비가 심하거나 소변이 잦은 사람은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모과도 추천할 만하다.
 

11~12월, 성장 발육 점검하기=아이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점검해 볼 시기다. 성장 검진을 받기 전, 간단한 자가 진단을 해본다. 자가진단에서 성장 장애나 성조숙증일 확률이 높게 나오면 성장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박원장은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풍부한 임상 경험이 있는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며 “번거롭더라도 3곳 이상에서 검사 받고비교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초경과 변성기의 시기를 예측해 성장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보다 빨리 크는 조숙증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도움말=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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