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소비세’ 안팎서 포화 … 정계개편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노다 총리

“퇴로가 없다…총리에게 승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의 유력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일자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노다 총리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진 중인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문제로 일본 정국이 새해 벽두부터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와 집권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9~30일 우여곡절 끝에 소비세 인상안을 확정했다. 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엔 10%로 올리는 안이다. 소비세 인상안이 확정된 지난해 12월 29일 민주당 세제조사위 총회에서 노다 총리는 “증세와 재정개혁은 도망갈 수 없는 테마다. 도망갔다간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정치가로서의 인생을 집대성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며 반대파들을 향해 배수의 진을 쳤다. 소비세 인상은 일본의 재정 건전화를 위한 고육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국가 부채는 1000조 엔(약 1경5000조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200% 수준이다.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몇 개 국가들을 빼곤 견줄 나라가 없을 정도다. 이런 심각한 국가 부채 비율을 끌어내리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게 노다 총리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증세와 재정 건전화’ 공약을 내걸고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했고, 이미 수차례 국제회의에서 이를 국제 공약으로 제시했다.

 퇴로가 막혀 있는 노다 총리는 2011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 말까지 소비세 인상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강한 반대론 때문에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야당은 “관련 법안을 국회에 내기 전에 국민들에게 신임부터 물어라”며 협의 자체에 응하지 않을 태세다.

 당내 반대파의 반발은 야당보다 더 심하다. 민주당 내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소비세 인상은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2009년 민주당 총선 공약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미 친오자와계 의원 8명을 포함한 11명의 중·참의원이 지난달 말 탈당했고, 이들은 4일 ‘(가칭) 기즈나(絆·유대)’란 이름의 신당을 만들 예정이다.

 세금 인상으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일반 국민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웃돌고 있다. 소비세가 3%에서 5%로 인상된 1994년 이후 18년 만에 추진되는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다. 당 안팎의 반대론으로 소비세 관련법 처리가 불투명해질 경우 노다 총리가 먼저 중의원을 해산한 뒤 소비세 인상을 쟁점으로 하는 총선을 실시하는 ‘최후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증세 찬성파와 반대파로 정치권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도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이 말하는 ‘노다의 승부’엔 이런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