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론] '현대' 제대로 풀고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13일 현대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합의한 경영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이 현대건설에 대한 차입금 만기연장을 결의하는 형식으로 현대문제의 해결방향이 결정됐다.이러한 현대문제 해법은 과연 적정한 것인가?

***해결방향 가닥은 잡은셈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우선 현대문제가 일부 계열사의 문제인지, 아니면 현대계열 전체의 문제인지 가려야 할 것이다. 이는 만약 현대계열 전체의 문제라고 판명될 경우에는 시장붕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회사채 등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태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현대계열 신인도가 하락하자 현대계열사 중 현대건설.현대상선 등에서 CP.회사채 만기연장 곤란으로 유동성 문제가 최초 발생했다.

이들 2개사는 현대계열사 중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 차입금 등 만기연장이 빈번했으며 이에 따라 자금시장 경색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7월 하순에는 이들 2개사 중 현대건설에서 만기도래 CP 상환요구가 예상보다 많이 발생해 유동성 문제가 재발한 바 있다.

한편 현대계열 핵심기업들의 부채비율이 2백%를 밑돌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자보상배율(금융비용공제전 경상이익/금융비용)도 1배를 훨씬 넘고 있는 반면, 현대건설의 경우에는 부채비율 3백%, 이자보상배율 0.7% 수준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현대문제는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차입금 상환능력이 부족한 현대건설의 유동성 및 차입금 과다문제로 보인다.

이는 부채비율 및 이자보상배율이 양호한 현대상선이 5월에는 유동성문제가 발생했다가 7월에는 재발하지 않은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현대문제는 대우와 달리 일부 계열사의 문제이므로 시장에 의한 처방이 보다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채권단이 시장을 대변해 현대에 요구사항을 분명히 전달하고, 현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현대건설 차입금 만기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다.

또한 현대건설 자구계획 외의 계열분리 가속화.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 것은 현대건설 문제의 최초 발단이 경영권분쟁에 의한 계열신인도 저하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한 근본적인 처방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채권단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 현대는 스스로 워크아웃을 신청하거나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결국 채권단의 요구에 응했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종적인 결과는 시장이 판단할 것이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는 시장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의 자구계획 내용 중에는 현대건설 보유 상선.중공업지분 매각계획도 포함돼 있어 현대건설과 현대중공업.현대상선 등 여타 현대계열사의 연결고리도 제거될 것이다.

***자구계획 실현이 관건

현대문제를 현대건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계열 전체의 문제로 간주할 경우에도 절차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특혜시비, 금융기관 손실의 국민부담문제가 야기되는 정부 주도의 충격적인 해법보다 이와 같이 일단 계열사간 분리를 꾀한 후 시장주도로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현대문제는 겨우 해결방향을 잡은 것에 불과할 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자구계획의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채찍질해나가야 할 것이며, 현대는 채권단이 아니라 시장을 두려워하고 일부 수족을 자르는 아픔으로 보다 신속.과감한 자구노력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현대문제 해결의 핵심은 자구계획의 실현에 있으며 시장은 이를 주목하고 있다.

최흥식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