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월드] IT 미국 독주 막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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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벤처 문화의 영향으로 영국에서도 최근 대학.회사를 떠나 벤처기업에 둥지를 틀거나 스스로 창업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들의 변신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고리타분하고 꽉 짜인 기존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더 많은 기회, 더 짜릿한 긴장감을 즐겨보겠다는 프런티어 정신의 발로는 아닐까.

이들의 새로운 출발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한 관건은 아마도 충분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느냐, 그리고 다양한 지원을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느냐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워낙 돈이 넘쳐나는 나라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자금을 얻기가 쉽다. 그러나 기발한 아이디어라든지 뛰어난 인재라는 측면에서는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굳이 우월하다고 할 것도 없다.

그래서 미국이 동원한 방법이 전세계에서 뛰어난 인재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실리콘밸리 같은 곳에서는 이미 유럽.아시아 출신들이 본토 출신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아시아나 유럽의 입장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키워 미국에 빼앗기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식 벤처모델을 흉내내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볼 때는 이제 미국식 모델도 구식이 됐다.

미국에서는 e-비즈니스 업체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성공할 기업을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1백개의 망하는 기업들이 필요한 셈이다. 미국 기준으로 따지면 그 비용은 10억달러를 넘는다.

그런데 아시아나 유럽의 금융기관이 단독으로 그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가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20개 이상의 기업.금융기관, 혹은 벤처 캐피털이 손을 잡고 하나의 벤처기업에 5% 정도씩 출자하는 것이다.

별다른 간섭이 없게 되고,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에 따라 경영.기술.마케팅.인맥 등을 여러 곳에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노베이터''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사람)가 일상적인 경영에 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들은 ''수익'' ''결산'' 등 돈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경영은 경영자의 몫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외로 이런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미국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IT의 흐름을 바꿔놓기 위한 길은 위의 두가지에 충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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