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주영씨 지분 놓고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현대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현대자동차 지분 6.1%의 향방을 놓고 현대자동차측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현대그룹과 현대차간에 신경전이 날카롭다.

21일 오후 미국계 한 투자금융회사가 자신들은 현대와 관계없고 주식매입 뒤에도 경영권 참여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1천만주 이상(5%)을 사겠다는 제의가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측은 특히 현대가 지난 18일 자동차 지분을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펀드에 직접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직후부터 아메리카 인터내셔널그룹(AIG)과 국내 중견기업인 국순당 등이 매수자로 선정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자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룹측은 "상당히 좋은 제안들이며 성사 가능성이 커 이번주내 매각, 이달 중 계열 분리하려는 일정에 차질이 없다" 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재로서는 제안을 한 회사와 현대그룹간의 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많은 지분을 가져갈 경우 경영권 분쟁이 재연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AIG는 미국계 보험전문 금융그룹으로 현대투신과 8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는 등 현대와 우호적인 관계" 라며 "혹시 제안한 회사가 AIG와 관련있을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에 노출되는 등 자동차 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순당도 지난해 현대증권이 주간사로 코스닥 등록을 해주면서 수백억원의 이익을 남겨준 현대의 우호세력" 이라며 탐탁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측은 현대 구조조정위원회가 당초 밝힌대로 채권단에 자동차 지분을 넘겨 채권단이 투명하게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측이 우호세력에 지분을 팔 것이란 의혹이 시장에서 제기되는 만큼 채권단이 엄밀하게 따져볼 것" 이라며 "현대측 안에 불확실한 부분이 있거나 실질적인 계열분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당초 합의대로 채권단이 자동차 지분을 인수해 제3자 매각을 추진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현대 주변에선 자동차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재연되는 등 현대 문제가 다시 꼬일 가능성을 점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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