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실 점거하려다 쫓겨나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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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인 민주통합당 김문호 최고위원(오른쪽)이 29일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전날 국회 경위들에게 끌려나간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김 위원은 29일 자정쯤 “론스타에 대한 국정조사에 당이 미온적”이라며 금융노조위원들과 함께 원내대표실에서 점거·농성하다 경위들에 의해 해산됐다. [뉴시스]

“우리가 여기서 개판을 치는 것도 아니고 평화적으로 하는데 최고위원이 국회 경위한테 끌려나가고. 이게 민주통합당입니까!”(김문호 최고위원)

 “(주위를 돌아보며) 무슨 일이에요?”(김진표 원내대표)

 “어젯밤 금융산업노조 측에서 원내대표실을 점거했습니다.”(민주당 당직자)

 “항의 방문이에요.”(김문호)

 “항의 방문을 왜 철야로 하십니까?”(당직자)

 “양복 입고 예의 갖추니까. 드러눕고 그래야 대접받지. (원내)대표님은 제가 개 취급 받아도 괜찮고!”(김문호)

 29일 오전 민주통합당 고위정책회의에 앞서 김진표 원내대표, 김문호 최고위원, 그리고 한 당직자 사이에 오간 말이다.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외환은행·농협 등의 노조원 20여 명과 함께 이날 자정 원내대표실 점거를 시도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농협 구조개편에 대해 당 지도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20분 뒤 출동한 국회 경위에 의해 국회 밖으로 쫓겨났다. 그러자 체면을 구겼다고 여긴 김 최고위원이 회의장으로 찾아와 김 원내대표에게 항의한 것이다.

 동료 의원과 당직자, 취재진 등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김 원내대표는 일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김 최고위원을 진정시키고 회의석에 앉으려던 동료 의원들의 입에선 “에이”라는 불만 섞인 탄식이 나왔다. 평소 인사말을 건네고 웃으며 회의를 시작하던 김 원내대표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렸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인데도 공개석상에서 노조원처럼 행동하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했다.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 최고위원은 올해 1월 금융산업노조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지난 16일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에 합류하면서 최고위원이 됐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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