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오리 농법'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오후 4시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화전2리. 야트막한 야산 주변으로 펼쳐진 7만2천평의 논에선 "꽥-, 꽥-" 오리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50~1백여마리 씩의 오리가 거의 다 자란 벼 사이 물속을 떼지어 다니며 해충을 잡아먹고 있다. 넓은 논엔 농약을 뿌리거나 잡초를 뽑는 농부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와 인접한 한 농촌의 이색적인 영농 광경이다.

이 마을은 전체 1백여 논농사 농가 중 95군데가 올들어 오리를 활용, 무공해 벼재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모심기가 끝난 5월말부터 논오리 7천2백마리를 풀어 놓았다. 오리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잡초를 뜯어 먹는다. 또 해충들도 잡아 먹는다. 요즘은 벼 잎사귀를 말라죽게 하는 홍명나방 애벌레를 즐겨 먹는다.

농민들은 병충해 방제를 위해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 농약 방제 및 잡초 제거 일손이 줄어 들었다. 또 오리 배설물이 시비(施肥)효과가 있어 비료를 거의 쓰지 않아도 된다. 오리에게는 가끔 쌀겨와 깻묵을 사료로 주고 있다.

이 마을 이상용(李相龍.48)이장은 "처음엔 군청으로부터 오리농법 시도를 건의 받고 반신반의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벼농사가 생각보다 잘 된다" 고 말했다.

그는 오리농법을 믿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을 간신히 설득하면서 양평군에서 새끼오리를 무상 지원받아 오리농법 논농사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로부터 "고맙다" 는 인사 받기에 바쁘다.

현재 오리를 키울 수 없는 산지의 논과 경지정리가 안된 소규모 논을 가진 5개 농가를 제외한 전 농가가 이 농법을 활용하고 있다. 농민들의 이득은 더 있다.

환경친화적 영농법으로 생산된 쌀을 군측이 일반 쌀에 비해 가마(80㎏)당 7만원 비싼 25만원에 전량 수매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벼 수확이 끝나고 군에서 마리당 3천원 씩에 오리를 수매키로 약속, 짭짤한 추가 소득도 기대된다.

민병채(閔丙采)양평군수는 "1만여 농가중 현재 6백58곳에서 오리농법을 도입했다" 며 "앞으로 이를 확산시켜 무공해 쌀 생산과 팔당호 수질 개선에 최선을 다 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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