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무릅쓰고 찾아낸 파라오의 무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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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의 최고 전시품은 아홉살 나이로 파라오에 올라 기원전 1333~1323년 재위한 소년왕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1874~1939)가 발굴한 투탕카멘 묘는 도굴꾼에 훼손되지 않은 채 발견된 최초의 파라오 무덤이다.

3천여년 만에 아무런 손상 없이 후세와 만난 황금 마스크를 비롯한 어머어마한 양의 유물들 덕에 고고학 발굴 사상 최고 성과로 꼽힌다.

이런 유물적 가치에다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와 발굴대원 11명 전원이 발굴 7년 내에 모두 '미라의 저주' 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탕카멘은 신비함을 더하며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실제로는 투탕카멘 묘를 발굴한 하워드 카터가 7년 만에 죽지도 않았고, 또 최근 묘 안의 독성을 지닌 곰팡이 포자가 주범이라는 미생물학자의 주장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투탕카멘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하워드 카터가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직접 총을 들고 도굴범과 싸워가며 얻어낸 성과였다.

〈투탕카몬〉은 투탕카멘의 '부활' 만큼이나 극적인 이런 발굴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재구성한 실화소설이다.

〈람세스〉로 전세계 출판가에 이집트 붐을 일으킨 프랑스의 이집트 학자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티앙 자크가 〈람세스〉 이전인 1992년에 써 메종 드 라 프레스상을 받은 소설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됐다.

〈람세스〉뿐 아니라 〈태양의 여왕〉〈이집트 판관〉등 해박한 이집트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소설을 써온 저자의 다른 저작들처럼 이 책도 관련 지식을 소설 속에 잘 녹여 일반인들이 쉽게 이집트와 고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발굴 당사자인 하워드 카터와 그를 지원하는 카나번 백작(1866~1923)이다.

전혀 다른 신분이지만 이집트를 향한 열정만은 일치하는 둘의 운명적인 만남에서부터 '왕들의 계곡' 에서 투탕카멘의 황금빛 무덤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두 사람은 수많은 음모와 배신.암투는 물론 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함께 이겨내며 투탕카멘의 무덤을 찾는 데 모든 것을 건다. 그리고 발굴을 시작한지 15년만인 1922년 '왕들의 계곡' 에서 드디어 투탕카몬의 황금빛 무덤과 마주친다.

이 책은 소재는 분명 고고학이지만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을 연상시킨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투탕카몬은 투탕카멘을 대상으로 한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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