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어디가 돈이 되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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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16강전> ○·궈원차오 5단 ●·박영훈 9단

제4보(34~49)=가장 가치 있는 수를 찾아나가는 게 바둑이다. 34부터 39까지는 생존 또는 안전이 우선이기에 다음 착수가 쉽다. 이런 수순을 일러 소위 ‘외길 수순’이라 한다. 생사 문제가 지나간 후 바둑은 비로소 어려워진다. 가치 있는 수를 찾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이를 위해선 속된 말로 ‘어디가 돈이 되느냐’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40을 하나 선수한 뒤 궈원차오 5단이 장고 중이다. 백△ 두 점이 폐석이 됐으니 중앙은 이제 더 두는 의미가 없다. 좌변 어딘가를 지키는 게 급선무로 보이는데 어디가 최선일까. ‘참고도1’처럼 백1로 지키는 수는 흑2를 당해 하책이다. 그렇다고 A로 지키자니 B의 침투가 남는다. ‘그럴 바엔’ 하고 둔 수가 42다. 언제든 좌변은 내주겠다는 뜻이다. 42에서 이젠 박영훈 9단이 고심에 잠긴다. ‘참고도2’ 흑1로 지키면 보통이지만 백2가 두툼하게 놓이면 백은 약한 돌이 사라지고 근심 걱정도 사라진다. 형세는 흑이 별로다. 집이 부족하다. 이런 판국에 화평의 흐름을 추구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래서 선택한 수가 43이다. 43이 놓이면 백에 46을 당하는 건 불을 보듯 뻔하지만 이렇게 약한 돌을 쥐고 흔들어야 흐름을 뒤바꿀 기회가 찾아온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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