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태 잠재울 유로본드, 2013년 이후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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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유로본드는 2013년 9월 독일 총선 이후에나 발행될 수 있을 것이다.” 줄리앙 칼로(사진) 바클레이스 국제·유럽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대표의 예측이다. 유로본드(유로존 공동국채) 도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이 움직이려면, 선거가 끝나야 하고 결국 유럽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칼로 대표는 최근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코노미스트다. 그는 2000년부터 투자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꼽은 유럽 이코노미스트 ‘톱5’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에 관해 조언하는 독립 패널그룹인 ‘ECB 그림자 위원회(Shadow Council)’ 멤버다. 1987년 영국 옥스퍼드대를 최우수로 졸업했다. 한국은행 회의 참석차 21일 방한한 그를 만나 유로존 위기에 대해 물었다.

 -내년 경제 전망은.

 “세계경제는 올해(3.7%)보다 떨어진 3.3% 성장할 것이다. 미국은 올해(1.7%)보다 상황이 좋다. 내년 2.5%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0.2%로 본다.”

 -유럽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수출 위주의 아시아 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텐데.

 “일본의 지난달 무역수지가 6847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적자다. 대유럽 수출 감소 때문이다. 중국의 최근 수출지표가 안 좋은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유럽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철강·화학 등의 수요가 줄었다. 다행스러운 건, 유럽을 뺀 다른 지역은 괜찮다는 점이다.”

 -9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진전이 있었다. 각국은 재정긴축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재정긴축은 유로본드 발행의 전제조건이다.”

 -유로본드는 언제 나올까.

 “카드는 독일이 쥐고 있다. 유로본드가 발행되면 독일의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선거 이전까지 현 독일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 유로본드 발행은 2013년 총선 이후, 독일의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한다.”

 -그럼 유로존 문제는 언제 해결되나.

 “단기간에는 어렵다. 유로존 위기의 근본 원인은 통화만 통합됐고, 재정통합은 안 됐다는 점이다. 단일 정부와 의회까지 가기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ECB 그림자 위원회 멤버다. ECB 총재가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부정적이라고 한 걸 어떻게 생각하나.

 “분명히 해 두자. 그림자 위원회는 공식 기구가 아니다. ECB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부는 ECB가 미 연방준비연행(Fed)처럼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보자. 한국은 긴축재정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재정긴축 과정에서 유로존을 탈퇴하는 나라가 나오지 않을까.

 “유로존을 떠나는 순간 그 국가에는 외환위기가 온다. 통화가 절하되면서 빚이 줄어드는 건 매력적이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에 경제 안정성이 위협받는다. 유로존에 있어야 저금리가 가능하다.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유로존에 남는 게 유리하다.”

 -북한 리스크로 외국인 자금의 한국 이탈이 우려된다.

 “한반도 전체에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특히 제조업과 수출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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