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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김정은 앞세운 집단지도 체제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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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애도하는 북한 군인들이 19일 밤 평양 만수대에서 묵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자욱한 안갯속에서 길을 찾으려는듯, 국내외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들을 분석하고 있다. 확실한 그림보다 몇몇 전제를 토대로 한 시나리오가 복수로 나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은의 권력 구축 기간이 짧아 불안하게 비치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20년 전부터 후계자 수업을 쌓았지만, 김정은은 후계자로 등장한 지 1년 남짓 지났을 뿐이다.

①집단지도 체제=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다. 리처드 부시 미 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 정책센터 소장은 “김정일의 건강이 호전되면서 김정은 후계작업의 속도를 늦춘 게 북한으로선 문제”라며 “‘백두혈통’인 김정은을 앞세우고 당과 군부, 내각이 후견하는 집단지도 체제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후견 핵심세력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꼽힌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사회의 특성상 김정은 1인 체제로 갈 개연성이 있지만 미국 등이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유도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장성택 중심의 집단지도 체제도 가능할 것”이라며 “점진적인 북한 개방 가능성도 조심스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훈통치’를 통해 내부 안정화와 대외정책을 유지해나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권력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새로운 권력과 기득권 세력이 충돌해 내부 불안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

 ②김정은 1인 체제=안착하기 쉽지만은 않은 경우다. 세습에 의해 권력 장악은 했지만 안정성은 김정은의 능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시대의 파워 엘리트들이 당분간 김정은 체제의 안착에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문제와 북·미 관계, 남북 관계 등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엘리트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 데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과 김정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존경심 차이도 핵심이다. 장마당과 휴대전화를 통해 개방의 맛을 본 주민들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러시아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 아태연구실장은 “스탈린 사망 후 형식상 지도자로 말렌코프가 지명됐지만 실제 권력자는 흐루쇼프였다”고 했다.

 ③개방파와 강경파의 갈등=가장 어두운 시나리오다. 군부 강경세력이 김정은을 견제하고 새 권력을 창출하려는 경우다. 개방파로 분류되는 장성택 세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강경파의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마카오에 체류 중인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40)을 옹립하는 인사들이 ‘형제의 난’을 부추길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 이런 내부 불안정이 대남 군사도발과 주민들의 대량 탈북사태로 번진다면 한반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최악 상황은 권력장악을 위한 분파 간 투쟁이나 무정부 상태가 초래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핵심지도층은 분열해 체제가 무너질 경우 생존 대안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게 김정은에게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수정·정용수 기자 sujeong@joona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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