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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국은 아프리카의 ‘경제개발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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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김교식
KSP 가봉·적도기니 사업단장

세계가 아프리카로 향하고 있다. 막대한 천연자원, 경제성장 잠재력, 커가는 소비시장 때문이다. ‘지구상의 마지막 성장 엔진’이라든지 ‘세계 경제를 지탱할 새로운 시장’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필자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경험을 전파하려고 이달 초 보름간 방문한 가봉과 적도기니도 마찬가지였다. 유럽 국가는 19세기 이후 식민통치의 인연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석유 메이저는 원유 채굴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중국은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무기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투자와 원조를 쏟아붓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경제 관료는 의외로 한국에 친밀감을 갖고 있었다. 한 관료는 “전통 선진국의 개발원조 방식으로는 경제개발을 이룰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들처럼 식민지 지배와 갈등을 겪고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이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선 데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가 한국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꼬리를 이었다.

 사실 한국의 압축성장 경험은 어느 선진국도 줄 수 없는 독보적인 한국만의 콘텐트인 셈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개발도상국은 바로 이 노하우를 한국에서 배우려 한다. 우리도 모르는 새 한국은 ‘경제개발의 교과서’가 돼 있었다.

‘한국 배우기’ 열풍이 개도국에 부는 데는 필자가 이번에 참가한 ‘경제개발경험 전파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KSP)’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KSP는 한국의 개발 경험을 토대로 해 협력대상국 현지 여건에 맞춰 정책 수립, 제도 구축, 기관 설립 등을 지원하는 해외원조 사업이다. 2004년 이후 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등 34개국에서 실적을 쌓아왔다.

 이번에 방문한 가봉과 적도기니는 원유·천연가스·망간·목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30~40년 뒤 원유자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해 산업 다변화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두 나라 정부는 중소기업·농수산업·금융·관광 분야에서 우리의 산업 육성 경험 전수와 지원을 요청해 왔다. 올 들어 여러 차례 현지 실사로 구체적인 개발전략을 마련한 KSP 사업단 8명은 이번에 세미나 등을 통해 두 나라 각료들과 정책 협의를 했다. 경제 관료들은 특히 중소기업과 농어업 육성책, 제주도 관광 진흥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강수량이 풍부하고 땅도 비옥한데 농업기술이 부족해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풍부한 어족자원을 두고 우리의 쪽배보다 작은 나룻배로 물고기를 잡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연안 남획을 막기 위해 선진국에 금지해 온 어로작업을 한국 기업들엔 허용할 테니 해산물 냉동공장이나 가공공장을 공동 운영할 한국 기업을 찾아 달라는 제의도 있었다. 적도기니에서는 “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한 휴양지를 제주도처럼 개발하고 싶으니 KSP 사업단의 관광산업 전문가가 정부 자문역으로 있게 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에 목마른 나라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한국을 형제 나라로 생각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우리도 해냈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때다.

김교식 KSP 가봉·적도기니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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