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3곳 중 1곳 장사해서 이자 못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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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기업의 성장·수익·안정성이 올 3분기에 한꺼번에 나빠졌다. 매출액 증가율이 낮아졌고, 매출에서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반면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올라갔다. 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도 조사 대상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국내 기업 1522곳(상장사 1420곳, 주요 비상장사 102곳)의 3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1%로 전 분기(13.1%)에 비해 떨어졌다. 2009년 4분기(7.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세계 경기가 나빠 반도체 값이 떨어진 데다 조선업체도 싼값에 수주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의 사정이 나빠지면서 내수기업과의 매출액 증가율 격차는 줄어들었다. 2분기엔 수출기업이 2.2%포인트 높았지만 3분기엔 차이가 0.4%포인트로 축소됐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유형자산 증가율(전 분기 말 대비)도 2분기 2%에서 3분기 1.8%로 낮아졌다.

 수익성도 뒷걸음질했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1분기 6.3%에서 2분기 5.5%, 3분기 5.3%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원자재 값이 오른 탓이 크다. 매출액에서 세전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7.2%→5.6%→3.1%로 더 빠르게 줄었다. 3분기 말 원화가치가 3분기 평균에 비해 달러당 100원 정도 떨어지면서 생긴 외환 평가손실이 영향을 미쳤다. 한계 상황에 이른 기업은 더 많아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 하는 기업은 2분기 30.2%에서 3분기 35.5%로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의 다섯 배 이상인 기업은 같은 기간 44.1%에서 42.6%로 줄었다. 성장·수익성이 다 나빠지면서 기업의 안정성도 떨어졌다. 평균 부채비율(102.1%)은 지난해 2분기 말 이후 다섯 분기 만에 다시 100%를 넘겼다. 차입금 의존도도 2분기 말 24.8%에서 3분기 말 26.3%로 높아졌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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