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삭스 ‘한국 경제 충격 없다’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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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훈

골드먼삭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구훈(50) 한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20일 “북한에서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한국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긴급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남북한 모두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에 대비하고 있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정했고, 남한은 시장 혼란을 진정시킬 다양한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둘째로 남북한의 경제 교역 규모가 크지 않다. 그나마 지난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직접 교역 규모가 1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현재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경제협력사업은 개성공단뿐이다.

셋째로 경험칙도 작용한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북한 이슈로 주식시장이 일주일 이상 영향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향후 행로에 대해 “점진적인 개방으로 나아가거나, 남한에 흡수통일되거나,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물론 북한의 군부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그는 “현재로서는 지금 상태가 그대로 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남북이 통일되면 천연자원·노동력·기술·자본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통일 한국의 중장기 전망을 밝게 본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2009년 9월 “2050년 통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일본과 독일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통일 한국, 대북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1장)’의 작성자가 바로 권 이코노미스트다. 그는 1992년 하버드대에서 ‘사회주의 경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1~2004년 국제통화기금(IMF) 모스크바사무소 상주대표를 역임한 북한 경제 전문가다. 2007년 골드먼삭스에 합류했다.

 그는 200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달러 환산 GDP가 2050년 일본·독일 등을 제치고 중국·미국·인도·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멕시코 등에 이어 8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에 주목했다. 북한에는 2008년 GDP의 140배에 달하는 우라늄·아연·납 등 광물자원이 있다. 젊은 인구도 많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남한의 경제활동인구는 제로 성장을 하지만 북한은 연 0.7%씩 늘어난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교육 수준도 높아 양질의 노동력 제공이 가능하다.

 물론 그의 추산에는 전제가 있다.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경제 통합이다. 한쪽이 다른 쪽에 소득을 지원하는 독일식이 아니라 한 국가 안에 2개의 경제·정치 체제가 공존하는 중국·홍콩식의 통일 과정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통합 기간 북한의 경제가 연 7%, 남한은 연 0.3%씩 성장한다고 가정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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