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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생인권만큼 학교 규율도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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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학생인권조례가 지난 19일 민주당 주도하에 서울시의회에서 수정 통과됐으나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까지 나서 재검토 의견을 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포기할 수 있으며, 결국 일반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이런 우려는 정부뿐 아니라 교사·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학교 안팎에서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는 이미 조례를 갖춘 경기도와 광주보다 한술 더 뜬 조항이다. 두발은 마음대로 해도 되고, 휴대전화 소지도 가능하며, 교사의 지시나 초·중등 교육법이 보장한 간접체벌에 대드는 학생들이 나와도 어쩌지 못하는 난장판 교실에 어느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고 싶겠는가. 조례 통과를 주도한 서울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학생의 인권만 신줏단지 모시듯 한 결과 교권 실추, 교실 붕괴에 단단히 일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조례는 내년 3월 신학기부터 학교에 적용된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에 대한 재의(再議)를 요구하되 시의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학교는 정말 자포자기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담임을 맡지 않겠다거나 수업시간에 교과만 가르치고 나오겠다는 교사들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학교엔 규율이 엄연히 있으며, 학생들이 이를 준수하게 하는 건 시민교육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제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내년 3월까지 학내 규율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번 조례에는 학교 규칙이 학생 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한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두발·복장, 소지품, 집회 등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전혀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 기회에 학부모·학생들과 함께 학교 공동체의 질서를 지킬 수 있는 세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규율을 따르도록 하고, 지키지 않으면 규제를 가해야 한다. 좋은 학교치고 규율이 엉성한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