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저녁 거르며 14시간 수출협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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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06면

“계약서 서명식을 끝내고 오전 4시30분 동료 주재원 집에 가 라면을 끓여 먹었어요. 여태껏 그렇게 맛난 음식은 없었어요.”

상사맨 활약한 이철우씨

15일 만난 이철우(60) 삼성물산 자문역(전 부사장)은 1989년 인도네시아에 화학섬유 플랜트를 수출할 때를 떠올렸다. 서명만 남긴 단계였지만 서명행사 당일 상대 측에서 갑자기 일부 조항을 문제 삼았다. 그때부터 점심ㆍ저녁을 모두 거르고 14시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끈질김에 질렸는지 새벽에 타결됐다.

“그렇게 수출 전선에서 뒹군 게 어언 30년이네요.” 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30년간 플랜트 수출 업무를 했다. 그간의 공로로 올해 무역의 날에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입사 초기에는 외국 발주처 손님이 오면 자료 준비로 새벽까지 일하는 건 기본이고, 관광안내원 노릇도 했다. 책임자급이 된 뒤에도 수주를 위해 아프리카와 중동을 중심으로 1년에 100일 이상 출장을 다니기도 했다. 80년대만 해도 해외에 나가 플랜트 소리를 꺼내면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지금은 캐나다에 풍력ㆍ태양광복합발전소 건립을 제안해 성사시키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위기도 적잖았다. 90년 중반 가나에 정유설비를 완공해줬는데, 최빈국 가나가 세계은행의 부채 탕감 계획에 포함되면서 1억 달러가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여금이 탕감 대상에 포함될 위기를 맞았다. 미국 워싱턴으로 곧장 날아가 세계은행과 며칠간 담판을 벌여 일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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